가족 이야기

이현이와 이안

tycoons 2018. 10. 10. 21:35

나는 지금 시드니행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다. 손주 돌찬치를 위해서이다.

가을 태풍 콩레이가 제주도 남방으로부터 북서진하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우리나라도영향권에 들어갈 모양인데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2010년 봄 결혼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고 호주로 이민 떠난 아들이

시드니에 자리를 잡고 7년만에 아이를 낳았고 이제 며칠 후면 돌을 맞게 된다.

마흔살에 어렵게 얻은 아이라서 아내와 함께 축하해 주기 위해 일정을 잡게 되었다.

이번엔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서 며칠 여행도 하며 아들 며느리와 손주 돌잔치도

함께할 계획이다.

나는 손자의 이름을 항열 돌림자로 검토했고 아들도 호주에서 살게 될 손주의 이름을

고민하다 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한국 이름은 이현으로 현지식 이름은 Ian 으로 짓게 되었다.

아직은 말을 배우기 전이지만 이중언어 학습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손자가 잘 자라주고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로 커 가길 소망한다.

가능하다면 우리말도 잘하고 현지어도 능란하게 구사하는 인재로 컸으면 한다.

또한 한국인의 뿌리를 잃지않는 세계시민이 되길 기대한다.

현지에선 호주국민 ' Ian'. 으로 살면서 경계인이 아닌 토종 한국인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이제 걸음마를 배우며 ' 엄마' 정도의 발음밖에 못 하겠지만 ' Mom' ' Papa' 보다는

 ' 엄마' '아빠' 하며 우리 말을 익혔으면 좋겠다.

이제 시드니에 도착하면 여행사 현지 가이드가 마중 나오겠지만 아들과 며느리도 이현이를 데리고

출국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손자를 만나는 설레임으로 11시간의 여정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7대 장손인 이현이가 한국에서 살며 장손을 잇는 것이 옳은 것인지, 세계화 물결속에 완벽한

호주 국민으로 살아가는 게 맞을 건지 돌잔치 하러 가는 할아버지 마음으론 꽤나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에도 다문화가정이 점점 늘고 있는 현실이고, 이젠 우물안의 개구리 보다는

높이 날아 멀리 볼수 있는 독수리가 돼야하는 세상이다.

초등학교 입학하기도 전에  영어교육 열풍에 휘말리고 있는 작금의 현상을 감안하면 손자 이현이는

자연스럽게 모국어처럼 영어를 마스터할 것이다.

 몇년 지나 말을 익히고 나서 전화 통화도 가능하게 될 때 상황을 그려본다.

" 귀한 우리 손자 잘 지내니?" 라고 물어야 하나? 아니면

 " How are you doing ? My grandson!  Ian."  이라고 해야하나....

손자 만나러 가는 비행가 안에서 이런 저런 상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