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공무원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방화시설 법령 위반에 관한 시민 제보가 있어서 현장 확인을 하려하니
바로 만났으면 한다는 내용이다. 건물 계단에 물건을 쌓아 놓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시민이 제보를 했다는 말에 서둘러 시간약속을 하고
달려갔다. 소방공무원 2명이 출장을 나와 현장 확인을 하고 있었다.
관할 소방서에 제보된 위반 내용 사진을 확인하고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몰래제보꾼은 2층 사무실 출입구에 설치된 방화문을 열어 둘 때
문이 닫히지 않게 하기 위해 철문 하단부에 부착시킨 말발굽처럼
생긴 닫힘 방지장치와 지하층의 출입문 도어체크가 철거된 사진들을
첨부해 인터넷으로 신고를 했던 것이다.
물론 신고포상제도에 따라 신고자에게 건당 5만원의 포상금이 바로
지급된다고 한다.
소방공무원은 방화시설에 대한 폐쇄,훼손, 변경하는 등의 행위에 대한
위반내용에 대한 설명과 함께 확인서를 요구하고 과태료 처분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1차 위반으로 최하 50만원 이상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즉시 시정하고
기한내 자진납부하면 과태료의 20%를 차감 받는다며 친절히 안내를
해 주었다. 나는 이 건물을 취득하며 관련 법령의 무지로 건물의
방화관리자 선임을 하지않고 있다가 200만원의 과태료을 물은 바 있어
벌써 두번 째 소방 관련법을 위반하게 된 것이다.
관련 법령 지식이 부족하다 보면 이렇듯 본의 아니게 법규를 위반하게
되고 또 약삭빠른 파파라치라는 신종 제보꾼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요즈음은 인터넷 동호회 카페활동이 활성화 되면서 신고가 급증하여
업무가 많이 늘었다는 소방공무원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내 자신이
시류에 한참 뒤진 세대란 걸 다시 한 번 깨닿게 된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정말 세상이 많이도 달라졌다.
파파라치라는 외래어는 몰래제보꾼이란 신조어로 사전에 올라 있었고
합성어로 만들어진 xx파라치란 말들이 수십개가 넘게 통용되고 있단다.
파파라치가 이젠 부업이 아닌 신종 직업으로 인식되는 상황으로,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선 파파라치를 벤쳐기업가에 비유하며 장점을
열거한 곳도 있었다. 즉 낮과 밤 시간적 제한이 없고 , 일상생활에서
위반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고, 프리랜서이며 많은 포상금을 받아도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며, 국가가 비밀을 보장해 주기때문에 앞으로
유망한 직업군으로 각광을 받게 되리라는 설명이였다.
또한 신고포상제는 국가가 주는 특별한 혜택이며 신고정신을 통해서
위법행위를 근절하고 사회질서를 회복하게 만드는 주역이므로
자긍심을 갖고 노하우를 개발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파파라치 전문양성 교육기관들도 여러곳 성업중이며
이런 몰래제보꾼 포상기관도 50곳이 넘고 포상금 종류도 60개가 넘는
다고 하니 한국도 이젠 파파라치 공화국이라 불릴만 하지 않는가?
교통위반 신고 카파라치 정도의 생각만 갖고 있던 나로선 어쩌면
세상이 투명해 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통과의식이라고 느끼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젠 삭막하고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신고정신의 당위성을
합리화하는 포상금이란 얄팍한 미끼로 인격은 말살되어 버리는 차가운
현실을 직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법의 잣대를 바탕으로 한 운영되는 시스템이 정의사회의 모습이라면
정이 넘치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훨씬 선진화된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