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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봉 선생의 소풍같은 인생

tycoons 2023. 11. 27. 05:54

이웃에 사셨던 벽봉선생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0여년전 같은 주상복합 시설에 입주하면서 헬스장에서 건강관리를 하며

알게된 어르신으로 나보다 20년 이상 연배이시다. 졸수를 넘기셨고 작년엔

회혼식과 자녀 회갑연을 함께 가족행사로 갖을 정도로 아주 다복하고 건강

하신 분들이셨다. 얼마 전까지 헬스장 골프연습장에서 매일 연습을 하셨는데

90세가 넘은 분이 아직도 드라이버 타구음이 경쾌하고 힘이 넘치곤 했다.
약 10여년 전에 벽봉선생 친구 일행과 서울근교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며

望九의 벗들이 명랑골프를 즐기는 모습을 함께 했었다.

친구 한분이 건강상의 이유로 골프를 칠 수 없어 나를 초대했던 것이다.
그때 나는 골프는 건강과 시간. 친구.경제적 여유 등의 4박자가 맞아야만

가능하다는 걸 실감했었다.
헬스장에서 자주 뵙다보니 교류를 이어가며 가끔 카톡으로 좋은 음악이나

아름다운 글들을  주고받기도 했다.
한달쯤 전에 벽봉 선생이 전화를 하셨다.
틈틈이 써놓은 글과 사진들을 모아서 책을 한권 만들고 싶다고...
나는 벽봉 선생을 만나 나의 책 출간 때 경험을 살려 실질적인 조언과 함께

출판사 대표를 소개해 드렸다.
벽봉은 출판사 대표와 만나 원고 및 사진들을 전달하고 출판비도 선납하며
출간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여 곧 출간을 앞두고 있다.
직접 쓴 글에 당신이 찍은 멋진 풍경이나 가족들과의 기념사진들을 추가하고

칼라 인쇄를 해서 예쁜 책자로 만들어진다며 무척 자랑스러워 하시던 모습과

함께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고 자비로 책을 내서 친지들이나 자손들에게 나눠

주고싶다는 의지를 피력하시기도 했다.
그런데 엇그제 아내로부터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아내가 헬스장에 갔다가 벽봉선생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벽봉선생이 10여일 전쯤 건강이 좋지않다며 헬스 이용권을 해지하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며칠만에 세상을 뜨셨단다.
평소 건강하신 분이라 갑작스런 소식에 당혹스럽고 실감이 나지않는다.
김달진 시인의 표현대로 90대가 되면 시간마다 늙어간다고 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지워지지 않는다.
매일 오전에 헬스장에 나오셔서 두시간 정도 골프 연습을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백세 인생의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 시대의 유행어처럼 9988234 의 삶을 살고

영원한 휴식에 드신 벽봉 선생의 명복을 빈다.

 

PS.

궁금하여 벽봉 선생의 휴대 전화 번호로 전화를 하였고 자제분이 받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급성 폐렴으로 돌아가셨다고 하고,

책이 출간 되면 한 부 받을 수 있도록 부탁을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