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아직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자립하지 못한 자식이 둘이 있다.
큰 녀석은 대학 3학년을 마치고 산업체 근무요원으로 3년째 일하고 있고,
작은 녀석은 휴학, 복학을 하며 군대도 못마치고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나는 자식들에 대한 경제 교육에 큰 실수가 있었음을 깨닿고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곤 한다. 자식놈들의 돈에 대한 접근방법은 천양지차가 있다. 큰 아이는
학교다니며 과외 아르바이트로 수백만원 저축하여 주식투자도 해보고, 크게
손해를 본 경험도 있어 돈의 위력을 어느 정도 체득한 것 같으나, 작은 놈은
부모에가 용돈을 받아 보기만 해서인지 씀씀이의 상한선이 없을 정도 이다.
엇그제 큰 놈이 회사일로 미국 출장을 떠났다.
그런데 여행가방의 절반을 미화 동전포대로 채우고 끙끙거리며 출장을 갔다.
주화들은 800원대로 환전이 된다고 해서 수백불을 Quarter, Dime, nickel같은
주화로만 환전하다 보니 짐이 엄청 무거워 진 것이다. 그리고 보름 남짓한
출장길에 휴대전화까지 일시 정지시키고 출국을 하였다. 1$당 400원 정도의
환차익을 보기 위해 노동도 마다않는 자식놈의 짠돌이 정신이 가상하기도 하고,
섬찟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3년의 산업체 근무중 번 돈으로 세계일주를 하겠다며 월급을 전부 적금을 들고,
부모에게 용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돈을 제대로 쓸 줄도 알아야 하는 데 자기만
아는 구두쇠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돈을 버는 것 못지 않게 돈을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돈의 효용과 가치를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훗날 자식들 때문에 부모의 경제력이 타격을 받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2003.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