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의 즐거움은 쇼핑에 있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작년 한해 동안 우리 관광객들이 해외에 나가서 사용한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30억 달러가 넘으리라는 한국은행의 예상이고 보면 우리나라 해외 여행객들의
씀씀이가 짐작이 간다. 이 번 유럽 여행을 하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씀씀이가
대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함께 여행한 개띠 아주머니의 경우를 한 번 예를 들어 보자.
강남 잠원동에 산다는 이 아주머니는 20cm x40cm x50cm 정도의 여행가방과
딸이 메고온 조그만 배낭 정도로 단촐하게 함께 여행을 하게되였다. 매일 아침
호텔 식당에서 빵을 몇 개씩 챙겨 넣는 것이 보기가 민망하였지만 말도 많이 하는
편이라 유심히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본인이 쇼핑 내용을 공개적으로 떠들어
주위에서 자연히 알 수 밖에 없었고, 내가 들은 데로 큰 아이템만 대충 적어보면
이렇다.
부다페스트에서 들린 쇼핑센터는 보석류 악세사리, 비타민, 영양제등의 제품을
샀는데, 팔찌를 20여만원 정도하는 것을 샀다고 보여 주며 자랑을 했다.
그리고 비엔나에선 120만원 짜리 손목시계를 샀고, 60유로 정도하는 독일제
쌍둥이 상표 식칼을 두개, 50유로 정도하는 휴대용 다용도 공구 (맥가이버 칼)을
4개를 시동생들을 준다면 샀다.
뮌헨에선 베네통 옷 한 벌, 가이거 티셔츠, 모자 목도리 등을 사고 다음날 바로
입고 치장을 하고 여행을 다녔고, 귀국전 마지막 날 프랑크푸르트에선 다시
쌍둥이 상표 칼을 여섯자루, 120만원짜리 핸드백, 그리고 커다란 가방을 사서
그간 구매한 물건들을 담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산 물건들의 내용이란 것이
크게 쓸모 있는 것들은 아닌 것이지만 그 아주머니는 약 500만원 정도를
간단하게 소핑한 셈이다.
그런데 출국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조그만 가방에 쌍둥이 식칼 2개와 다용도
공구(맥가이버 칼) 4개를 그대로 넣고 핸드캐리하다 엑스 레이 검색대에 체크되어
칼과 공구를 모두 압수 당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생기고 말았다. 울그락 불그락
하던 그 아주머니의 얼굴도 그렇지만, 300유로가 넘는 외화를 독일 공항에서 그냥
날려 버리고 말았으니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 아닌가 ?
물론 귀국 길엔 커다란 여행가방의 짐이 하나 더 늘었고, 몸에 치장도 하고 시계,
팔찌, 핸드백을 걸치고 공항을 빠져 나왔을 것이다.
이렇듯 해외를 다녀오는 많은 여행객들이 위와 흡사한 행태의 쇼핑관광을으로
외화를 소비하고 귀국한다고 보면 틀림 없으리라고 생각이 든다.
현지 가이드들의 안내에 따라 충동구매가 이뤄지지만 국내에서도 대부분 비슷한
가격에 구할 수 물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쇼핑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는 많은 여행객들이 있는 한 이런
쇼핑 관광 증후군은 결코 고칠수 없는 고질병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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