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생각이 점점 편협해지고 고지식하게 되는가 보다.
오랜만에 예식장 다녀온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사회 분위기가 대부분 가까운 지인만 초대하여
간소하게 혼사를 치루며 온라인으로 축의금을 대신하는 분위기
때문에 한참 동안 예식장 갈 일이 많지 않았었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품앗이 갚는 심정으로 예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예식장의 분위기는 그냥 산만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정시에 시작을 알리며 사회자의 안내가 시작됐다.
방송사 아나운서라며 자기 소개를 하고 주례자가 없이 진행되는
예식이란다.
먼저 뮤지컬 배우라는 4명 한팀의 축가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양가 모친의 화촉 점화 후 신랑 신부 입장 순서가 있었다.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의 손을 잡고 신랑이 입장했다.
그리고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서 신부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사회자의 설명으로 그 어린이는 신랑, 신부의 자녀란다.
혼인신고를 하고 살다가 결혼식을 늦게 올리는 부부였던 것이다.
노년이 되도록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많은 부부들의 젊은
시절의 사연들을 대하며 결혼식이라는 통과의식이 얼마나 의미있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모두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회자 안내로 맞절, 혼인서약, 성혼 선언, 축가, 양가 부모 및
하객에 대한 감사 인사. 다시 축가, 그리고 행진 순으로 진행되었다.
통상 결혼식에서 진행되는 일반적인 절차이다.
그리고 사진 촬영을 끝으로 예식이 마무리 되었다.
요즘의 젊은 세대들의 변화된 트렌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로선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식이 성스럽지는 않더라도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였으면 하는 욕심 말이다.
그런데 사이 사이 무슨 축가는 그리 자주 하는지 .
사회자의 멘트로 진행되는 혼인 서약, 성혼선언과 양가 부모에게
올리는 절도 겉치례의 형식처럼 느껴졌으니 노추의 욕심이였을까?
주례자를 모시는 번거로움과 훈시를 듣는 듯한 주례사가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사고에 맞지 않아서일까?
1시반에 시작된 예식은 약 40분간 진행되었고 식사는 사진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제공되었다.
백화점의 다목적 룸을 활용한 예식이라 그런지 조금은 준비가 덜
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나는 다른 일정이 있어 식사가 나오기
전에 예식장을 떠났다.
많은 비용을 지불했을 예식장소인데 하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식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하객들도 불편했던 자리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들 삶에 결혼이란 통과의례를 만천하에 알리고 공인받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 바로 결혼식이란 걸 깨우쳐 준 하루였다.
오늘 결혼식으로 새로운 다짐과 통과의례를 치룬 부부에게 무한한
축복과 영광이 함께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