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 만난 가이드 이종성군은 오슬로에 있는 전문대학에서
동양무술을 가르키는 대학교수란다. 여러가지 무술 유단자로 도합
28단을 보유하고 있고 가르치는 학생들을 1년에 한번씩 한국으로 직접
데리고 나와 연수도 시키고 한국 문화를 체험토록 하는 등 노르웨이에
한국을 알리는 문화전도사로서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젊은이이다.
그런 젊은이가 바로 애국자고 한국의 미래를 끌어가는 힘일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머무는 사흘동안 여행지의 안내를 맡아서 정말 열심히
안내를 해 주었다. 일행 대부분이 5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부부팀들
이라서 이군은 자신을 재롱둥이라고 부르며 일행을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노력을 많이 해 주었다. 저녁 호텔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이군은 일행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노천명 시인의 『사슴』이라는 시 있잖아요?
그런데 아버님들 사슴이 무얼 먹고 사는 줄 아세요?
풀뜯어 먹고 살지 않는가?
에이 아버님도, 사슴은 이슬을 먹고 살아요!
그것도 참이슬만 먹고 살거든요.
참고로 노천명의 사슴을 음미해 보자
.
.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
.
그제서야 그 재롱둥이 가이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알았다.
그날 저녁 이슬이 담긴 팩 몇개가 귀염둥이에게 전달되었다.
그 다음날엔 19.8도 짜리 생수병으로 함께 건배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노르웨이를 떠나던 마지막 날엔 김치팩, 매실장아찌,라면,
고추장, 김 등...
노르웨이에 사는 사슴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서 고국에서 온
아주머니들은 갖고 온 반찬꾸러미들을 두어 박스 재롱둥이에게
들려 보냈다.
나는 해외 여행을 하더라도 국내에서 절대로 음식이나 주류를
지참하고 출국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장차 만나게 될
이군같은 가이드들을 위해서라도 고추장, 소주팩 몇 개 정도는
꼭 갖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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