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를 가지고 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차를 갖고 나가다 보면 도로표지판만 믿고
운전하다가 고생을 여러 차레 하곤 한다.
엇그제는 은사님을 모시고 청주를 다녀오다 시간이 늦어 댁까지 모셔다
드리려 하였으나 부담스럽다며 궂이 지하철을 고집하셨다. 할 수 없어
은사님을 삼각지역에 내려드리고 용산쪽으로 나오다 강북 강변도로를
타리라 생각하고 한강대교 바로 앞 신호등에서 대기하다 보니 표지판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강북강변 한남대교 방향은 있는데 성산대교 방향은
보이지 않고, 이촌동 방향 표시만 되어 있는 것이였다.나는 강북 성산쪽을
타야 될 사정이라 고민하다 강북 강변이란 표시가 된 차선으로 진입을
하게 되었다. 고가를 돌아 내려오니 동부이촌동 쪽으로 이어져 뭔가
잘못되었다 생각했으나 이미 내리막 신호등을 받아 강변도로로 진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양평대교나 성산대교를 건널 계획이
결국 강변도로를 타서 동작대교는 올림픽대교를 탈 수 없으니 반포대교를
건너가 올림픽대로를 타고 목동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얼마 전에는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성산대교를 타려고 강변도로 쪽으로
진입하고보니 내부순환도로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홍은동까지 갔다가
돌아오면서 교통설계가 잘못됐다며 혼자 투덜거린 적이 있기도 하다.
수년전엔 가족과 부산에 갔을때 렌트카를 빌려 해운대에서 부신진역까지
오는 도중에 터널을 통과하고 나서 표지판을 잘 못 이해하고 운전해서
산업도로로 잘 못들어가 유턴해서 다시 부산진역까지 돌아오는데 한시간
이상을 소모했고, 가까스로 KTX시간을 맞춘 기억이 난다.
나만의 경우이겠으나 도로표지판만 믿고 다니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지 모른다. 수십년을 서울에서 살아온 나 자신도 간선도로를 운전
하면서 이렇게 시행착오를 범하고 있는데 하물며 지방에서 차를 가지고
서울을 다녀 간다고 하면 원하는 목적지로 바로 찾아 갈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내가 부산 갔을 때 경험처럼 이는 단지 서울의 경우만 해당되는 건 아닐 것이다.
지방의 대도시, 소도시 어디던지 똑같은 현상은 벌어지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우리의 교통 표지판 체계나 표시 방법이 뭔가 잘 못 된 것은 아닐까?
간선도로 정도는 달리는 차의 운전자가 1Km 정도 후방에서부터 가고자 하는
방향을 인지할 수 있도록 정확히 안내할 수 있는 표지판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급차선 변경을 하게 하거나, 갑자기 여러개 차선이 하나로 좁아져서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도로설계는 여건에 맞게 변경, 개선해야 되지 않겠는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아니라 도로표지판만 보면 어디고
자기가 원하는 장소를 찾아갈 수 있는 교통표지판 체계가 바로된 교통행정이
아닐까?
이제 차량에도 네비게이션 장치가 필수품이 된 세상이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도로표지판만 보면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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