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흔적

tycoons 2011. 9. 16. 23:13

 

 

50대 중반밖에 안된 여동생이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다.

시골 아낙으로 남편과 함께  농사와 축산일을 하면서 억척스럽고

열심히 생활하여 가세가 한참 피어나던  참이였다.

8남매중 넷째로 시댁과 친정을  아우르며 집안의 화목과 우애를 위해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던 살림꾼이였고, 이웃이나 동네의 대소사에도

내일처럼 앞장서던 활달한 시골 아줌마였다.

 

나는 동생의 육신이 이승과 작별하는 마지막을  말 없이 지켜 보았다.

두시간 남짓한 짧은 순간에 그녀의 육신은 세상의 때를 다 털어 버리고

하얗게 분골된 한 줌의 재가 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의 뼈가루은 그녀가 살던 마을의 뒷산에

한줌의 흑이 되어 땅속으로 묻혀 버렸다.

동생의  이승에서의 모든 인연은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녀의 육신은 이제 연기가 되어 사라졌고, 영혼은 자유를 얻었다.

맏이로 결혼한 딸과  아직 미혼인 아들이 이 세상에 남기고 간 유일한

흔적일 뿐이다.

 

이렇듯 부질없는 우리의 삶은 짧기만 하다.

애욕과 삶의 질곡이 우리를 항상 짓누르곤 한다.

평범하고 짧은 동생의 삶도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나를 포함해서  동생을 아는 사람들은 아주 짧은 순간 그녀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머지 않아 모두가 그녀을 잊게 될 것이다.

그  짧은 기억속에 남아있을 나의 동생은 어떤 사람이였을까?

그래도 짧은 생을 살고 가면서 살아 남은 사람들로부터 아름다운 기억과 회상을

줄 수  있는 그런 삶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무쪼록 편안한 영혼이 되어 영원한 안식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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