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유학을 떠난 아들이 설기간에 맞춰 다니려 왔다.
어렵게 취업을 한 며느리도 휴가를 내고 함께 왔다.
작년 봄 결혼하자마자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떠났던 유학길,
이제 아들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지에서 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함께 지내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우선 눈치를 봐야 한다.
헐렁하게 츄리닝 바람으로 편하게 집안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리고 가끔 냉장고를 열어 막걸리라도 한 잔 하려면 조심을 하게 된다.
내가 알아서 해결하던 저녁식사도 이젠 눈치를 보게 된다.
경박해 보이지 않으려고 일거수 일투족을 조심하게 되니 말이다.
이래서 자식을 결혼 시키면 분가 시키는가 보다.
그것 이외에 다른 문제가 또 있다.
아내도 아이들이 집에 와 있으니 여러가지로 신경을 쓴다.
평소와는 다르게 식단에도 돈을 좀 투자하고, 아이들에게도 필요하면
쓰라며 신용카드까지 맡겨 둔 상태다.
그러니 이게 무슨 변고란 말인가?
부모가 학비나 대주면 끝날 줄로 알았던 것이
결혼시키기 위해 돈 들이고 유학 한다고 학비 보태주고,
집에 왔다고 용돈까지 대주고 있는 형국이니....
자식은 평생 A/S 라고 하는 말이 실감이 난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아들놈의 천하태평한 태도다.
"그래, 직장은 좀 알아보고 있니?" 라는 질문에
"대학원에서 전공한 분야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예요." 라며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올 해는 애기를 갖어야지?" 라는 질문에도
"직장 구한 후에 생각해 볼께요." 라고 즉답을 피한다.
" 결혼한지 2년이 다 돼가고 ,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데 서둘러라."
정도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으로 난 할 이야기를 끝낸다.
부모는 안중에 없다는 듯한 아들놈의 행태가 못마땅한 것도 사실이다.
난 그 나이에 당사자인 그 자식을 낳아서 유치원에 보냈는데...
은행대출을 무리하게 얻어서 내집을 짓기도 했는데...
혼자 푸념을 해도 소용없는 일인 줄 알지만
답답한 마음은 끝이 없이 꼬리를 문다.
내가 욕심이 과한 건가?
해외동포 정도로 남남이 되어가는 아들놈을 바라보며 부모로서의
작은 욕심은 소박하기만 하다.
" 아들! 나도 이젠 손주 좀 보고싶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