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20년 가까이 했는데도 주차하는데 애를 먹는다.
차 앞면으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면 차를 뺄 때 애를 먹는다.
여유공간이 없다보니 뒤로 차를 빼지 못하고 그냥 퇴근하기도 한다.
차의 뒷꽁지로 주차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서 그렇다나...
집사람 얘기다.
그러다가 아내가 타던 중형차를 이번엔 대형차로 바꿨다.
운전은 서툴면서 남들이 무시한다며 궂이 대형차를 타겠단다.
차를 인수하자 마자 후면 주차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연습을
자꾸 시켜서 조금씩 주차하는 데 익숙해 지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새로 뽑은 차는 내비게이션 화면에 후면 주차시 화면이
나타나서 조금 수월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사고가 터진 것이다.
내가 지방에 갔다 고속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중에 전화를 받았다.
귀가하는 길에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다 옆에 주차된 외제차와
접촉사고가 났으니 빨리 오라는 것이다.
수원 근처였지만 퇴근시간 무렵이라 고속도로나 강변도로가 막혀서
2시간 넘어서 집에 도착하여 주차장으로 달려 갔다.
후진 주차를 하다가 핸들을 너무 돌려서 앞바퀴가 옆에 주차된
차량의 범퍼와 접촉하는 사고가 난 것이었다.
아내는 겁도 나고 약속도 있어 차를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접촉된
상태로 주차하고 나한테 연락하고는 자리를 떠버린 후였다.
이런~
벤츠 외제차와의 접촉사고라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이 돼서
차를 움직일까 하다가 나는 우선 아파트 로비로 찾아가 접촉사고
차량 소유자에게 연락을 부탁하고 보험회사에 사고 접보를 했다.
다행히 차주와는 바로 연락이 돼서 함께 주차장에 가서 사고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아내의 차량을 이동하고
차량상태를 확인하였다.
상대방의 차는 범퍼부분이 약간 눌려서 요철이 생긴 모습이였다.
피해자가 법퍼를 교환해야 겠다는 이야기를 해서 보험처리를 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과거에 가벼운 법퍼 접촉사고에도 무리한 수리비를 요구해서
합의했던 불쾌한 경험이 있는데다 외제차라 할증료를 내더라도
보험처리가 마음 편할 것 같은 판단에서였다.
다음날 저녁때쯤 돼서 보험회사에서 연략이 왔다.
피해자측에서 사고가 경미하니 없었던 걸로 하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는 것이다.
판단은 자의적인 것이지만 피해 차주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 이 정도면 궂이 차량 수리를 안해도 되겠다." 는 판단을 하고
보험회사에 연락을 했다는 것이 내겐 신선한 느낌이였다.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무리한 수리비를 요구하는 세태인데
작은 피해지만 없었던 일로 하자며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여유와
야량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내는 며칠 후 서해안 나들이하고 돌아오는 길에 꽃게 한상자를
구입해서 전달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걸 잊지 않았다.
세상엔 여러 부류의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건 사회의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인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샘물처럼 솟아 오르는
이런 넉넉한 정이 넘쳐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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