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술을 좋아해서 그런지 여행중엔 특히 술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한 편이다.
가고시마에 보름간 머물 때의 혼술 얘기를 하려고 한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고량주를 1.8리터 펫트병에 가득 담아서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매일 골프나 식사중에 술을 커피 캔에 담아서 조금씩 마시다 보니
5일도 안돼서 바닥이 났다. 방법은 현지 마트에 가서 술을 구입하는 수 밖에.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마트에 가서 25도 짜리 일본 소주
1.8L와 사케 3L 짜리를 사다가 생각나면 한잔씩 하곤 했다.
점심이나 저녁 식사때도 술값을 아낀다고 커피 캔에 일본 소주를 가득 담아
가서 컵에 따라서 기분을 내는 것이다.
아내가 술을 전혀 못하기 때문에 분위기와 전혀 무관한 혼술이다.
골프장에서 식사시 현지인들은 사케나 맥주를 시켜 마시곤 하지만 나는
갖고 다니는 소주로 목을 축인다.
그런데 소주나 사케는 알콜 농도가 낮아 전혀 술기운이 오르지 않는다.
며칠만에 또 소주가 바닥이 나고 말았다.
다시 마트에 들러 소주 1.8 L 한팩, 맥주 6캔 한팩, 위스키 한병을 추가로
구입하여 혼술을 하곤 했다.
점심 식사시엔 매일 다른 메뉴로 식사를 주문했는데 전골류나 튀김 종류
또는 면과 육류 구이류 등을 골고루 먹어보고 싶어서 이었다.
저녁때는 우리 가정식 백반처럼 가이세키 요리에는 못 미치지만 매일 다른
식단이 제공 되었다. 회 몇점, 튀김 몇개, 육류 샤브샤브의 탕류가 항상
제공 되는데 식단이 술안주로 적당해서 술 생각이 더 나는 듯 했다.
결국 2주동안 여행중에 고량주 1.8L, 소주 3.6L, 위스키 700ml, 사케 3L,
캔맥주 8개를 소비하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과연 내가 평범한 애주가가 맞는가? 아니면 알콜 중독자일까?
조금은 후자에 가깝다는 판단이 든다.
나이 들어가며 가장 나다운 먹고 마시는 즐거움 중에서 첫번째가 술이라
생각하다 보니 술을 멀리하지 못하고 있다.
과음을 하지않으면서 몸에 무리가 오지 않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술도
좋은 기호 식품의 한 종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혼술이 알콜 중독의 지름길이 아니라 기분 전환을 위한
분위기 메이커란 생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다양한 기호 식품 중의 하나인 커피처럼 내가 즐기는
술도 똑같은 시각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나는 알콜 중독자가 아니고 단지 술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혼술을 자기수양의 또 다른 방편이라고 항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유롭게 술을 즐긴다.
체력이 소진되어 거동이 어려워지는 그날까지 나는 술과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