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첩

차창 너머로 본 유럽 - 다뉴브 강에서 본 부다페스트

tycoons 2006. 1. 7. 11:32
서양 사람들의 신년 맞이 행사는 폭죽으로 시작하나 보다.
어제 저녁 헝거리 국경을 넘어 부다페스트 근처 타타바니아라는 작은

도시의 호텔에 투숙한 시간이 10시가 넘어서 였다. 도시 곳곳에선
송구영신의 폭죽이 끊임없이 하늘로 솟아 올랐고, 시끄러운 폭죽의
소음도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집시, 항가리 무곡 5번, Gloomy Sunday 같은 막연한 느낌으로 만난
부다페스트는 상상보다는 훨씬 더 화려하고 웅장했으며 잘 다져진
사내의 근육을 보는 듯한 황홀한 느낌이였다.
다뉴브강 유람선 상에서 바라보는 도시 양안의 풍경은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나즈막한 양안 언덕으로
그림처럼 들어 앉은 건축물들은 높아야 10층 정도의 전통적인 서구 건축
양식과 드믄 드믄 솟아 있는 성당, 사원, 궁전의 첨탑들은 Sky Line을
전혀 가리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극대화 시켜 주고 있었다.
유람선  위에서 마시는 한잔의 백포도주와 시원한 맥주는 진눈개비가
흘러 내리는 유람선 유리창을 통해  Gloomy Sunday의 분위기를 그대로
연출하고 있는 듯 했다.
 
항가리인들은 아시아 우랄 계통의 마자르족이라고 하는데 그들의 얼굴은
완벽한 서양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수많은 종족들이 이 세상에 명멸하였고, 앞으로도 사라져 가겠지만
종족이나 민족을 규정 짓는 잣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
이민족을 정복하고  정복되고, 또 동화 흡수를 위한 混血이 계속된다고
보면 민족을 규정 짓는 잣대는 언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유럽 대륙 뿐만 아니라 아시아, 중국의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있으리라. 50여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이 만다린 중국어로 통용되고
한 세대가 지나고 나면 모두 漢族의 중국으로 흡수되는 것 아닌가 ?
백의민족 순수 혈통을 천명하고 있는 韓民族의 핏줄에도 수천년에
걸친 外侵과 함께 수많은 혼혈의 과정을 겪었을 것이지만 우리는
언어를 통해 순수성과 동질성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
 
하나의 종족이나 민족이 사용하는 말, 그리고 문자의 정통성의 유지가
그 민족이 살아 남기 위한 원초적이 선결 조건이란 사실을 항가리
사람들의 완벽한 서양인 얼굴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