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첩

차창 너머로 본 유럽 - 라면 없이는 못살아

tycoons 2006. 1. 7. 23:26

유럽지역이나 미주 호텔의 아침 식사는 간단하다.
Continental Style의  조식은 빵과 햄, 우유  음료 그리고

차류가 고작이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에게는 아침 식사가  

성에 차지 않는 건 사실이다. 여행하다 보면 일행중에 호텔

식당에서 컵라면을 데워 먹는 모습을 자주 본다. 호텔에선

한국 관광객들이 식당에서 라면을 먹으며 풍기는 진한 냄새와

남겨진 인스턴트 라면 그릇 같은 쓰레기 때문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을 것이다. 3~4 박, 길어야 10여일 정도의

패키지 관광 여행을 하면서 소주, 밑반찬,라면이 있어야 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본다.  며칠씩 단식도 하고,

다이어트를 하며 식욕을 조절하기도 하면서 우리 음식 며칠

안 먹었다고 무슨 큰 문제가 된단 말인가 ? 그 정도의 절제력과

인내심도 없이 무슨 여행의 참 맛을 느낄 수 있겠는가 ? 

해외여행의 즐거움은 현지인의 생활 방식에 동화되어 보기도 하고,

그들의 식생활, 문화 체험을 하면서 그들에게 더욱 가까히 다가가는데

있는 것이아닐까 ? 이번 패키지 여행에는 아침엔 한국 사람들끼리

모여서 식사를 했지만 음식이 항상 모자라서 호텔 식당 종업원들이

음식 채워 넣기에 바빴다. 빵이나 과일류들은 특히 많이 모자란다.

먹지도 않으면서 잔뜩 갖다 놓고 먹다 남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일행중에 초등학교 3학년 딸과 함게 58년 개띠 아줌마는 아침 식사

때마다  딸에게 커피포트 물로 라면을 데워 주면서, 호텔 식당에서

빵을 몇개 씩 핸드백에다 넣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호텔 종업원이

볼까 민망할 정도였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열살짜리 늦둥이 딸이

훗날 엄마와 함께한 해외 여행의 편린들 속에는 어른들의 그런

왜곡된 모습들이 기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음엔 한류 열풍도 식어가고 있지만 이런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일본 관광객들이 우리네 식당에 와서  춘천 닭갈비나, 떡볶기를

맛있게 먹는다면 우리도 모르게 친근한 느낌이 들것이다. 만일 그들이

우리의 일식당에 들러 입맛에 안 맞는다고 일본에서 간장, 와사비를

갖고 와 꺼내놓고 식사를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일까 생각해

보면 대답은 明若觀火하다.
 
易地思之하는 여유와 배려 그리고 국제화  감각 습득이 해외여행하는

한국사람들이 최우선으로 배우고 익혀야야 할 기초 덕목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