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도로표지판, 믿어도 될까요?

tycoons 2007. 10. 13. 22:56

집에 들어오자 마자 커다란 맥주컵을 찾았다. 냉장고에서 얼음을 찾아 컵에

가득 채우고 선반에 있는 양주병을 꺼내 컵의 반쯤 따른다.

그리고 다시 700 ml 펫트병 맥주를 컵에 가득 붓는다,  우선 몇 모금을 벌컥

벌컥 마시고 다시 맥주를  붓는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내 스스로 억눌린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다.

 

오늘은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이였다.

옛 직장 동료의 여식 결혼식에 갔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강남 관세청 근처의 웨딩홀에서 12시 반에 예식을 치루는 관계로  11시 반이

조금 못돼서 목동 집에서 차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몇군데 방문도

해야하고, 주말 테니스 모임에도 가야하고 해서 차를 갖고 나선 것이다. 

토요일은 항상 도로가 혼잡한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올림픽대로를 들어서서

여의도 구간을 통과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였다.

도로 정체로 마음은 조급하고, 길은 막히고 조급증이 발동하다보니  운전을

하면서 제정신이 아니였던 것 같기도 하다.  한남대교쯤 지날 때 이미 12시

20분 가까이 지나고 있었다. 조금만 서두르면 될 것도 같기도 하고...

그러나 그런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조급증은 계속 발동하고 있었다.

동호대교 쯤 지나다보니 도로 표지판이 보였다.

도산대로 250미터, 성수대고 350미터... 진출구가 따로 따로 있는가 보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마자 성수대교 도로표지판이 보였다.  맨 우측 차선은

도산대로 진출하는 차선이고, 두번째 차선은 성수대교를 타는 진출구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표지판을 보면서 헷갈려서 성수대교 방향의 차선을

달리고 말았다. 나는 강남의 관세청 방향으로 가야하는 상황인데 차선을

잘 못 들어선 것이다. 한 30미터쯤 진입했을까 앞에는 또 다를 차가 비상등을

켜고 후진을 하고 있였다. 나처럼 차선을 잘못 들어섰지만 용감히 후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똑같이 위험한 방법을 택할 수는 없었다.

결국 성수대교를 건너서 강북으로 가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강북강변로, 내부순환도로를 통해, 답십리, 천호대로, 군자교를 건너

 다시 영동대교로 돌다보니 예식시간엔 30분이 늦고 말았다.

가까스로  혼주가 기념촬영 하는 사이에 인사를 하였으나 결례를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저녁에 테니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이였다. 여섯시가 안돼서 청량리 근처의 테니스장을 출발하였으나

여의도 세계 불꽃놀이 축제가 있다고 하여 강번도로 대신 내부순환도로를

통해서 목동으로 가기로 하고 길음동 램프를 탔다.

토요일이라 모든 길들이 막히는지라 각오는 했지만  장난이 아니였다.

길은 막히고 정신은 집중이 안되다 보니 저녁때도 또 헷갈리기 시작했다.

자주 다니는 길인데도 연희램프 안내 표시에 성산대교 방향이 함께 표시되어

있어서  연희램프를 타고 내려오고 말았다.  결국 상암 월드컵 경기장 앞의

사거리에서 성산대교 방향을 좌회전을 하게 되었다.

그때 시간이 오후 7시 경이였는데 300여미터를 통과해서 성산대교 진입구까지

나오는데 걸린 시간이 50분 가까히 되고 말았다. 4개차선이 좁아지며 강변로

진입차선과 성산대교 진입차선이 1차선씩으로 줄어드는 병목현상으로 인하여

차량이 뒤엉키는 까닭이다.  결국 30키로도 안되는 거리인 청량리에서 시작해서

목동까지 오는데  3시간 가량 걸리고 말았다.  

 

내가 조급해서 간선도로 진출입구를 제대로 못 찾은 까닭도 있겠지만 정말이지

우리나라의 교통 표지판의 설치나 안내가 너무 헷갈리게 되어 있다는 것을

여러번 느끼게 된다. 가까운 지역을 우선으로  일관성 있게 접근 안내가

되어야지 방향과는 많이 떨어진 곳을  목적지로 안내하는 표지판 때문에 

운전자들이  빈번하게 실수를 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교통 표지판의 개선 방안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종종 했지만

오늘처럼 여러번 교통 안내판 때문에 헷갈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표지판 제작업체에서 적당히 만든 안내판이 아니라 교통안전관리공단이

모든 도로를 실사하고 안내판의 위치에 따라 정확한 안내가 될 수 있도록

표지판을 제작해야 할 것이란 걸 재삼 주문하게 된다.

차를 이용해서 어느 지역을 가던지 도로표지판만 보고  방문 목적지를

제대로 찾아 갈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제대로 된 안내판이 바로 교통사고를 줄이는 첩경도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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