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이야기

이부자리 깔어!

tycoons 2010. 1. 6. 22:08

 

 

 

 

수십년만에 폭설로 온 국토가 눈속에 묻혔다.

교통대란으로 직장인들이 출퇴근시간에 무척 고생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눈이 내린 데다가 날씨까지 춥다보니 대로변 보도 블럭 쪽으로 치워진 눈은

한참을 가야 녹을 모양새다.  

유럽의 북구 도시의 겨울 모습처럼 낯 설기도 하지만 모처럼 눈에 덮힌 서울은

아름다운 경치를 연출하고 있다.

신년 초에 우리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설경을 나름대로 즐기며 멋진 추억거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삶의 여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해 짧은 연휴기간에 집사람과 인도네시아 바탐섬에 휴가를 다녀왔다.

열심히 일하고 일년에 한 두번 휴식을 여행으로 충전하는 것이 나와 아내의

낙이고 철학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避寒의 시간을 갖으며 여유로움을 즐졌다.

이번 여행은 한가로움 속에서 골프를 치며 며칠을 보냈다.

따가운 햇살, 시원한 바다 바람. 푸른 밀림, 그리고 카페트 같이 푹신폭신한

잔디밭의 감촉들.... 

아내는 환상적이라며 즐거워 했다.

 

골프장에선 운동을 하며 캐디와 대화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영어라도 조금 하면 다행이지만 영어를 못하는 캐디를 만나면 대화는 어렵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캐디 이름을 묻고 나선 바로 잊어버리곤 해서  민망하기도

하지만 순박하고 꾸밈없는 얼굴과 행동을 보면서 우리나라 젊은이들과 비고해

보기도 한다. 우리의 삼사십년전 모습이 그러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고..

새까맣게 타고 화장기 전혀 없는 젊은 캐디가 아내의 매니큐어한 손톱에

자꾸 관심을 갖는다. 만저보기도 하고 신기한 듯 부러워한다.

영어가 가능한 캐디면 이런 저런 질문도 하면서 라운딩을 했다

그런데 라운딩을 하면서 가끔 듣는 소리가 있다

내가 듣기엔 " 이부자리 깔어! "라고 하는 말 같이 들린다.

그게 무슨 뜻이나고 묻자  엄지 손가락을 추켜드는 시늉을 한다.

아마 영어의 ' 나이스 샷 !' 이나 최고의 샷이란 뜻으로 외치는 것 같다.

우리 말의 ' 이부자리 깔어' 발음과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듣기엔 무척

흥미를 유발하는 말이 아닌가 말이다.

멋진 샷을 날렸다고 외치는 소리가 우리말로는  취침하기 전에 이부자리

깔라고 주문하는 소리같이 들리니 말이다.

조그맣고 새까만 얼굴의 캐디가 외치는 " 이부자리 까로!" 정도의 찬사에

깔깔거리며 " 이부자리 깔어!"를 입에 달고 다녔다.

 

외국에 여행을 하려면 방문국 회화책이라도 한 권 사가지고 다니며

현지인들과 인사라도 한 마디 나누며 친근하게 다가가고  그들에게서

몇 마디 인사말이라도 배우는 노력도  여행을 하며 얻는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을 여행하며  "츠발로마?" 라는 인사를 자주 했던 것 처럼

인도네시아 골프장에선 " 이부자리 깔어 !" 라는 외침을 다시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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