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설흔 넘은 아들이 둘 있다.
자식들이 혼기가 차다보니 부모된 입장에서 자식에게 가끔
결혼얘기를 꺼내기도 하고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작년 11월 초에 큰 놈 한테서 문자가 왔다.
"사내 예식장 신청한게 5월 8일 오후 1시 시간으로 당첨됐어요!"
큰 애가 다니는 회사에선 사옥의 다목적실을 주말에는
직원들에게 결혼식장으로 개방을 하는데 6개월전에 미리 추첨을
해서 사용자를 확정하게 되는데 큰 애도 몇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신청을 해서 드디어 당첨이 된 것이였다.
그렇게 해서 큰애의 혼사를 진행시키게 되었다.
일단은 혼사 날짜를 양가 부모들과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꼴이니 신부댁에 결례가 될 것 같아 상견례를 서둘러 갖자고
말을 꺼냈지만 자식놈은 부모생각과는 달리 천하태평이였다.
결국 말을 꺼낸 지 넉달만에 상견례를 하고 나서 집사람도 혼사
준비를 시작했다. 어떻든 식장이 확정되다 보니 크게 준비할 것은
없지만 아들이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이였다.
혼수를 아무 것도 하지 않기로 했고, 패물도 커플링만 하기로 했으니
아무 것도 필요없다고. 예단의 폐해를 스스로 판단해서 사전에 차단해
버린 자식놈의 결정에 나로선 이의없이 따르기로 했다.
그만큼 키워준신 부모님들께 자식의 혼인이라는 행사를 치루면서
금전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제 자신의 결혼을 준비하는
아들놈이 정말 철이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집사람 생각은 달랐다.
아무리 간단하게 해도 예복이며, 패물 같은 기본은 해야 된다며
며느리 될 아이를 불러 몇가지를 사주는 걸로 마무리 되었다.
예단이란 것을 생략하니 함 보낼 일도 없어 졌고, 신부집에서도
큰 짐을 덜은 셈이라서 편안하게 혼사를 치룰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혼사를 한 달 남기고 있다.
마지막 어떤 변수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이젠 청첩장이나 준비해서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알리는 일만 남아 있다.
자식놈이 스스로 노력하며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고 자신들의 인생을
멋지게 꾸려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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