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기가 꽉찬 아들 둘을 모시고 사는 팔팔한 장년이다.
직장에 다니는 서른셋의 큰 애와, 연연생으로 직장을 잡지 않고
아직도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고시 준비생 둘째를
30여년째 모시며 함께 살고 있다.
어려서 그런대로 탈 없이 잘 자랐고 대학 들어갈 때 만 해도
자식들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을 때만 해도 이젠 다 키웠으니
부모의 역할은 끝났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닳는 것이다.
새벽에 출근해서 밤 12시나 돼야 퇴근하는 큰 놈이나, 고시원을
들락거리며 수년 째 사회와 담을 쌓고 사는 둘째 놈이나 모두
내겐 아직도 골치거리니 말이다.
어릴 때 제대로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시킨 탓으로 자기 방의
정리정돈 같은 기본적인 일상 생활의 습관을 익히지 못했고,
이기적이고, 유아독존의 사고방식으로 사회생활을 하며 자주
어려움을 겪는다. 부모 자식간의 세대차를 극복하지 못해 진지한
대화도 하기가 어렵다. 자식들에겐 집이 그냥 하숙집 정도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듯 싶다.
주위의 많은 친구들을 봐도 나처럼 자식들과 대화가 부족한
사람은 많지 않은 듯 싶다. 내 스스로 과묵한 성격이라 아이들과
자상하게 대화를 못하는 편이지만 사내놈들이라 그런지 집안이
삭막하기만 하다. 둘째는 아직도 용돈을 타 써야 하는 입장이라
부모의 눈치를 보기도 하겠지만 부모 입장에서도 답답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러하듯이 자식들을 결혼시켜서
분가시키는 것으로 부모의 책임과 의무(?)가 끝난다고 생각하다
보니 나이가 들 수록 자꾸 조급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주위의 친구들이 하나 둘 자식들 혼사를 끝내고 이젠 손주들
이야기가 화제로 등장하고 있으니 아직 개혼도 못한 나로선
참으로 부럽기만 하다.
이놈들아 !
빨리 장가 좀 가거라 ~
네놈들 위해 방청소, 빨래하는 것도 귀찮고, 용돈 주고 받는 것도
반갑지 않다.
눈에서 안보이면서 한달에 몇 번 얼굴이나 보면 족하니 빨리
장가나 가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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