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님이 가끔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방학 때 고향에 와서 농사일을 돕는답시고 피사리며, 풀매기 같은
일을 설렁설렁 모양만 내는걸 보시고는 야단을 치시곤 했다.
'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며 당장 피해 갈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결국은 더 나쁜 결과가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온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얼마전에 국회의원들 여러명이 공동 발의하여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한 모양이다.
철도부지, 유수지 등의 공공시설부지에다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게 하고
학교용지 확보하지 않아도 되고, 건폐율, 조경, 공개공지 등 건축제한과
도시공원 및 녹지조성, 주차장 설치 기준 등도 대폭 완화하여 임대주택을
짓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발상을 한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보니 서울에 살아보지 않은
분들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것이 현실감이 없어도 너무 없다.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 행복한 미래를 담보해야 할 국민의
심부름꾼들이 국회의원 자리에 눈이 어두어 탁상행정만을 일삼고 있지
않는지 모르겠다.
쾌적한 주거 환경 조성을 위해 제정된 선행법들의 최소한의 기준 조항들을
특별법이란 것을 제정하여 법의 정신을 개악시키고 있다.
숨막힐 듯한 세멘트 숲속에 조그만 공간의 녹지 시설, 필수불가결하여 설치된
유수지 등에다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발상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가 말이다.
사회기반시설이나 편의시설이 부족해서 북적거리며 살고 있는 기존 시가지가
아닌 조금 외곽으로 벗어나서 새로 택지를 개발할 궁리를 해야 맞지 않는가?
30여년전 안양천, 잠실지역의 침수는 차치하고라도 과거 한강변, 안양천
뚝방 붕괴같은 사고들이 다 인재가 아니였던가?
과거 경험과 현실을 바탕으로 제정된 선행법들을 다 무시하고 유권자들의
인기를 얻기 위한 특별법 발의라는 것이 이렇듯 가당찮으니 어찌 백년대계
운운하는 미래를 논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도심에 만들어 놓은 기반시설에 과밀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발상은
잠실운동장을 헐고 임대주택을 짓고, 올림픽공원 위에다 최고급 빌라를
짓겠다는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 ?
도심의 교통문제, 주차공간 문제, 쾌적한 시민공원 같은 사회 인프라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억만금을 주고도 토지 확보를 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성된 사회적 필수 시설을 철거하고 그 곳에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건 단 몇 년도 못 내다 보는 유아적 발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유수지, 철도부지에 계획하고 있는 행복주택 건설을 당연히 철회하여아 된다.
지역 주민들의 의사나 지자체와 협의도 없이 추진되는 정부나 국토부의
오만한 탁상행정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서울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남한산성 자락의 골프장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고, 잠실 유수지를 철거하고 행복아파트를 짓고, 서울 서부의 체육공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목동 유수지 위의 테니스장, 주차장을 철거하고
행복주택을 지으려는 국토부의 관리들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곰곰히 반성해 봐야 할 일이다.
몇천명을 위한 보금자리 주택의 중요성 보다는 수십만, 수백만명이
숨쉬고 있는 도심거주자들의 슬픈 현실과 삶의 질도 생각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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