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에 혼자 생활하며 직장생활하던 둘째 아들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기르던 고양이를 함께 데리고 들어 왔다.
아들은 고양이 이름을 꼬냥이라고 불렀다.
스코티시 폴드라는 품종으로 귀가 아주 조그맣고 접혀 있어 흔히 보는
고양이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집으로 들어오고 나선 나나 집사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짐승 특유의 냄새 때문이다.
외출했다 들어오면 현관을 열자마자 냄새가 진동을 한다. 문 부터 열어 놓고
환기를 하고, 고양이 화장실을 청소하기도 하지만 역한 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 아들에게 처분해 버리라고 여러 번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고양이는 발톱이 근질근질한지 심심하면 소파의 가죽을 수시로
긁어대서 소파 모서리가 너덜너덜할 정도로 헤어지기도 했다.
고양이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꼬냥이는 가방이 열려 있거나, 박스나, 쇼핑백
같은 것을 보면 그 안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쳐 박히는 걸 좋아한다.
그렇게 1년이 넘다보니 나름대로 후각이 무디어 지기 시작하고 고양이도
식구들과 조금은 가까워 지면서 서로 적응을 해 나가고 있다.
외출했다 들어오면 강아지처럼 반갑게 맞아주지는 않더라도 등을 쭉 펴고
방 바닥에 발랑 누어서 나에게 제 몸을 쓰다듬어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가끔 냉동실에서 멸치라도 몇마리 꺼내 줄라치면 쏜살 같이 달려와서
발을 곧추 세우고 멸치를 받아 먹는다.
어제도 외출하고 돌아와서 고양이를 몇 번 쓰다듬어 주고 나 혼자 저녁을
해결하고 컴퓨터를 좀 들여다보고 저녁 운동을 갔다 10시 넘어서 돌아왔다.
외출했다 돌아온 아내는 반겨 주던 고양이가 안 보이자 온 집안을 뒤지다
나에게 행방을 물었다. 나는 저녁 들어 올 때 보았기 때문에 집 안 어디에
있을 것이라고 안심을 시키고, 나도 거실과, 방들을 모두 뒤져 봤지만
보이지가 않는 것이었다.
현관문을 연 건 집사람이 귀가할 때와 내가 운동하러 갈 때 뿐이었는데
고양이가 행방불명이니 집사람은 내가 운동하러 갈 때 챙기지 않아서
밖으로 나간 것 같다고 나에게 잔소리를 했다.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숨을 수도 없는 아파트 안에서 갑자기 사라진
고양이 때문에 난리법석을 떨다다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집사람이 주방에서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싱크대 아래서
미세하게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수납장들을 이곳 저곳 열어 보니
고양이가 한 수납장 속에 있는 것을 마침내 찾았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수납장을 어떻게 들어 갔는지는 아직도 내겐 수수께끼지만,
좁은 공간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밤새 발버둥 쳤을 고양이를 생각하니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이 고양이 놈은 지금 팔자 좋게 소파아래 카페트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다. 평화롭게 오수를 즐기는 꼬냥이를 보면서 이 스코티시 폴드
고양이도 자신의 삶의 질을 포기하고 인간들의 애완동물로 만족하며 지금
이 순간을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