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여보게 친구

tycoons 2018. 11. 15. 11:52



군을 전역하고 청주에서 생활하는 친구가 오랫만에 연락이 왔다.

오랫동안 격조했으니 소주 한잔하며 간격을 좁혀 보자고 말이다.

서로 일정을 조율해서 송파구의  한 보쌈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친구가 식당까지 예약을 한 상태라 서울에 볼 일이 있나보다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전철로 출발했다.

고속도로가 공사로 길이 막혀 조금 늦을 것 같다고 문자를 받았지만

친구는 12시 반 약속시간을 맞춰 식당문을 열고 들어섰다.

서로 근황을 묻고 지내온 세월을 돌아보기도 하는 시간을 갖었다.


" 그래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네,"

그렇게 시작해서 친구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38년 군생활을 마치고  제2의 인생은 또 다른 삶이 되어야 한다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는 내겐 커다란 울림이였다.

7,80년대 미국 공관에 무관으로  근무하며 현지 교포들의 힘든 삶을

지켜봤던 그는 지금의 한국의 다문화 가정의 결혼이민자들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집 근처 문화센터를 찾아갔단다.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한국문화에 대한 전도사를 하고 싶은 생각에서다.

그러나 그곳에선 '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답변을 들었고 단순한 노동기부를 통한 자원봉사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250명 정도 식수인원의 무료 급식시설의 설겆이 일을 해 달라는 것이였다.

친구는 그날 밤 잠 못 이루며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1년여를 설겆이 자원봉사를 하며 또 한국어교사

자격증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취득했단다.

그외에도  도서관 사서 .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지도 등을 하며

지금도 무료 자원봉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주위에서 전직이 우엇이였나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친구는 그냥  학교

선생님 이였다며 받아 넘긴다고 했다.

귀신 잡는 해병이란 수식어에 익숙한  군 조직의 몇 안되는 최고위

장성급 출신으로서  현역시절처럼 권위적이였다면 무료 자원봉사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가가 본인에게 베풀어 준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제 자신도 베풀며  살고싶다는 확고한 신념에 따른 생활철학이다.

그래서 서울보단 고향쪽에서 생활하며 현역 시절 인사들과 교류를

피하는 구실을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그들만의 리그를 추구하는 틀을 벗어버리고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친구가 진정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이 사회의

사표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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