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이현이와 선유도에

tycoons 2019. 5. 12. 00:24



내겐 이제 19개월 된 손자가 있다.

나이 70 다 돼서 얻은 장손이니 손주가 귀엽기 그지 없다.

시드니에서 태어났지만 아들이 한국에 장기 출장중이라 지금은 서울에 머물며 함께 살고 있다.

몇 개월 함께 살다보니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일상의 즐거움의 하나가 되었다.

손자가 나만 보면 창문쪽으로 끌고 가서 바깥 세상을 보는 걸 좋아하고 , 바깥  놀이터에 가자고

하면 팔짤팔짝 뛰며 좋아하는 걸 보며 많은 경험을 시켜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모처럼 토요일 시간이 한가해서 오후 4시쯤 손자 이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이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오목교 전철역으로 향했다.

유모차를 이용하다보니 계단 이용이 어려워 엘리베이터를 찾는 것도 쉽지않았다.

오목교에서 여의도역으로 이동 9호선으로 바꿔 타고 선유도역에 내려 선유도로 향했다.

이현이가 오전에 많이 활동해서 인지  선유도역에 내릴 때 쯤 부터는 잠이 쏟아지는 모양이다.

선유도역에 내려 엘리베이터로 지상으로 나와 200미터쯤 이동해 보니 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고가 건널목이 있고 엘레베이터가 설치되어 이동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이현이는 잠이 들어서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기회인데 이동중에도 전혀 반응이 없다.

구름다리를 건너서 선유도에 진입하여 유모차를 밀며 섬 한바퀴를 돌아도 손주녀석은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른다.  결국 선유도를 다 돌아보고 구름다리를 건널 때 쯤 이현이는 잠을 깼다.

아쉬움에 한강공원쪽으로 내려가서 잔디밭도 걸어보고 그네도 잠간 타며 아쉬움을 달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선유도로 갔던 동선 보다는 자연의 모습을 느끼게 해 주리라는

생각에서 한강변을 따라 걸어서 집으로 가기로 했다.

예전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강변 길을 유모차를 밀며 손주와 여유로음을 즐겼다.

선유도에서 성산대교 밑을 지나 안양천길을 통해 다시 오목교로 오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미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을......

집을 출발한 지 세시간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넓을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내 생각은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손주를 태운 유모차를 밀며 함께 한 짧은 시간이지만 내겐 소중한 추억을 담는

시간이였다.

아들이 다시 호주로 돌아가면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이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손주를 대하며 자식을 키웠을 때 보다는 더욱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건 그만큼

마음이 여려졌기 때문이리라. 

자식은 강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였지만 손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바라보

입장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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