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주차장에서

tycoons 2021. 4. 6. 09:38

어저께 간식 거리를 사려고 모처럼 대형마트에 차를 갖고 갔었다.
주차를 하고 차문을 열고 나오는데 옆에 주차한 차의 창문이 내려지고 운전자가

나를 빤히 처다 본다. 내가 내리면서 내차 문이 그 차에 닿았던 모양이다.
나는 '죄송합니다. 문을 열다 닿았던 모양이네요'라고 사과를 하고 마트로 갔다.
물건값을 계산하고 나오는데 젊은이가 나를 부른다.

매장까지 나를 찾아 온 것이다.
"사고를 내고 그냥 가시면 어떡합니까?"
나는 좀 황당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요? 일단 차 있는 데로 가시죠 ." 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그 젊은이는 누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옆차 주인과 함께 내 차문을 열며 그 사람의 차와 닿았던 부위를 확인해 보니

그 차의 조수석 손잡이 부분에 해당되는 곳이였다.
"내가 문을 열며 손잡이 부분에 조금 닿았었나 본데 미안하게 됐습니다.

차엔 이상이 없는 듯 하니 양해하시죠." 라며 양해를 구했다.

그 젊은이가 자신의 차 손잡이를 요리조리 살펴 보고 나서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나한테 또 한마디 한다.
내가 주차하며 뒤차와도 범퍼가 닿았다며 그 차주한테도 연락했다는 것이다 .
내가 확인해 보니 범퍼 끼리 살짝 닿기는 했다.
그 차는 외제 아우디차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세이프 가드가 없어서 인지 내가 후진하며 외제차 범퍼에 아슬아슬하게 닿은 것이다.
내가 도착할 때 통화한게 바로 그 차주한테 사고 났다며 알려주는 전화였던 모양이다.
5분쯤 기다리니 내 차와 범퍼가 닿은 차주가 도착했다.

40대 정도의 여자로 보였다. 차를 두대나 받는 사고가 났다고 연락 받았단다.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아우디 차주에게 범퍼 접촉부위를 확인해 보라고 했다.
함께 핸드폰 손전등으로 확인해 보고는 괜찮다며 서로 양해하고 주차문제의

해프닝은 마무리 되었다.
최초 주차시 문을 열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사자와 깔끔하게 마무리를 못한 것이

나의 실수라면 실수였다.
나는 그 정도는 전혀 문제 없다고 생각하고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젊은이는 내가 사고 부위 확인도 않고 가버리니까 감정이 상해 수리비라도 받아내리라

작정을 했던 것 같다.
요즘엔 차는 대형화 추세이고 주차구간의 크기는 넉넉치 않아 주차하고 문을 열면서

옆 차와 간섭이 생겨 몸을 빼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발생하여 다들 조심하며 하차를

하게 되는게 요즘의 일상이다 보니 나도 항상 조심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어딘가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사회의 한 단면이란 생각에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주차된 차량에 사람이나 물건이 살짝만 닿아도 교통사고, 접촉사고로 몰고 가는 세상이라니.

시시비비를 가리다보면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또 얼마나 많은지....

무엇보다 나이 들어서는 젊은 사람들과는 시비를 피하는 게 상책이고 행동거지나 몸가짐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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