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살맛 나는 세상

tycoons 2021. 4. 6. 09:42

엇그제 낮 지인으로 부터 카톡을 받았다.

지인의 친구의 모친이 불미스런 일로 유치장에서 열흘 가까이 추위에 떨고 있는데

합의금이 부족하니 5백만원만 급히 융통해 달라는 것이였다.

친구의 딸이 울며 도와 달라고 전화를 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달 급여도

못 받아서 어려움이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메모였다.

그러면 간단한 차용증이라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고 급한 마음에 친구란 사람의

계좌로 서둘러 송금을 하게 되었다.

 

그 날 따라 인터넷 뱅킹이 휴대폰 인증없이 송금절차가 바로 진행되기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계좌번호와 송금액,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마지막 송금내역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송금처리를 하였다.

그리고 송금 수신자에게 통보 문자를 전송하려다 보니 수신자 성명이 다른 사람으로

되어있는 것이였다. 뭐가 잘 못 됐나 하고 수신 계좌번호를 확인하고 보니 자판을

실수로 36으로 입력하여 다는 사람에게 송금이 되어버린 것이였다.

대개는 계좌번호가 잘 못 입력되면 에러 메시지가 뜨게 마련인데, 중간에 숫자

하나만 틀린 다른 사람의 계좌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큰일 났다 싶어 우선 다시 지인 친구 계좌로 다시 다른 은행을 이용하여 인터넷 뱅킹으로

송금처리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해 보았다.

우선 내가 거래하는 은행의 고객상담실로 전화를 걸었다.

그때가 2시경인데 점심 시간이라며 통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 멘트가

계속 되니 마음은 점점 급해졌다.

10여분 만에 가까스로 상담원과 통화가 연결되었다.

상황을 이야기하니 상담원이 상황을 듣고 나서 자세히 안내를 해 주었다.

일단 타은행에 과오 송금된 돈을 반환신청 하는 절차를 온 라인으로 처리하고

수신 은행을 통해 입금자에게 연락을 해서 잘 못 송금된 사실을 고지하여 환불처리 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하게 되고 입금 받은 상대방이 환불에 동의하면 송금한 돈을 환수가

가능하다고 설명을 해 주는 것이였다. 나는 상담원에게 온라인상으로 환불신청을 하고

나서 만일의 경우에 대하여 의견을 물어 보았다. 상담원 이야기로는 입금자의 계좌로

입금되면 법적으로는 그 돈은 계좌 소유자의 허락이 없으면 출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반환에 대한 책임이나 권한이 없다는 것이였다. 나의 거래은행에서는

입금 받은 은행과 접촉하여 다시 입금자와 접촉 반환여부를 확정하는데 입금자축의 사정에

따라 2~3일 정도 시간이 소요될 수 도 있다고 안내를 해 주는 것이였다.

나는 이게 잘 못 되면 장기간에 걸친 법적 소송 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도 어려운 사람의 입장을 도우려고 하다 실수를 한 일인데 잘 풀리겠지 하는

믿음으로 2~3일 기다려 보기로 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새해 벽두부터 황당한 일을 자초한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다음날 오후 나는 전날 과오 송금건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고민을 하고 있었다.

2시가 좀 넘은 시간 거래 운행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날 있었던 상황을 이야기하며 다행히 입금자 측에서 바로 환불 처리를 하겠다고 하며

송금 수수료 3000원을 제외한 잔액을 입금시켜 주면 되겠냐는 답변이 왔다는 것이였다.

당연히 그렇게 처리해 주십사 부탁을 하고 나니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고민과 회한, 기대와 믿음 같은 감정들이 뒤 엉켜서 산만했던 하루가

완벽하게 정상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외출해서 돌아와 바로 입금확인을 하고 과오 송금했던 분에게 감사를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감사의 찻값이라고 메모를 달아 아주 작은 금액을 송금하는 걸로 새해 첫

액땜을 마무리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삶의 현장엔 아직 법 이전에 상식과 순리가 통하고 인정이 넘치는

살맛 나는 세상이란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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