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살다 보면

tycoons 2021. 4. 6. 09:43

'살다보면 알게 돼, 일러주지 않아도

너나 나나 모두 다 어리석다는 것을'

 

가황이란 수식어가 붙는 가수 나훈아가 지천명의 나이에 작사 작곡한

'공' 이란 곡의 첫 소절의 노랫말이다.

내가 그 노래를 발표 당시 들었을 땐 특별한 감흥이 없었지만 종심의

나이가 되고 보니 노랫말이 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나훈아는 이미 젊은 나이에 비움의 철학을 깨닳았다는 이야기이고

나는 70을 넘기고서야 그 근처를 서성이고 있다는 얘기다.

치열하게 달려온 생존의 뜀박질은 결국은 현실과의 타협에 불과했고,

젊음을 믿고 오만하게 굴려 먹은 내 몸은 이미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탐욕스럽게 집착하던 부와 명예에 대한 욕망은 겨우 집 한채 장만한

수준이고, 학생부군(學生府君)이 훗날 내 지방(紙榜)에 쓰일 명예스런

호칭이다.

그런데 나보다도 더 치열하게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도 나와 별반

다름이 없을 듯 하다.

물론 남다른 실력과 노력으로 억만장자가 되기도 하고, 학자나,

예술가, 유명 스포츠 스타가 되어 명예를 얻은 사람들도 많고 많지만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정도의 특출난 사람의 경우이고, 평범한

장삼이사들의 삶은 대부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그래서 음유시인 나훈아는 ' 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 처럼'

이란 노랫말로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꼬집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런대로 세상은 살만하다고 노래하고 있다.

 

요즘 우리사회는 자유, 민주, 정의, 도덕, 공평, 진리 같은 단어들이

벌써 실종된 사회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력자들이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칼날과 함께 적폐청산, 보복정치,

내로남불의 고집불통, 철학 부재의 정치, 외교. 경제 정책,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대외 정치, 경제 환경 등 민초들의 눈에도 절망을

넘어 파탄이 된 우리의 사회상이 그대로 조명되고 있다.

그 배후에는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며 법을 주무르고 있는 정치판의

어리석은 망나니들이 가세하고 있다.

태평성대를 구가해야 할 4차원의 삶의 가치가 존중되는 세상 21세기에

수백년 전의 사색당파 싸움, 붕당정치, 호란, 왜란을 겪던 조선왕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역사는 반복된다던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아의 경고처럼

지금의 이 나라는 역사의 흔적을 지우며 또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그래서 나훈아는 자신의 노래를 통해 어리석게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삶의 모습을 이렇게 우회적으로 깨우치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살다보면 결국은 알게되지만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게 되니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들인가 말이다.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들이여!

허망하고 부질없는 욕심을 조금 줄이고 소박한 행복을 찾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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