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한국사회를 의미하는 사자성어로 뽑은 게 '아시타비(我是他非)' 란다.
30년도 넘은 유행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내로남불)이라는 뜻을 한자로
다시 풀어 만든 말로 신조어를 사자성어로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풍자한 숱한 말들 중에 딱 맞아떨어지는 용어가 없기 때문이리라.
900여명의 대학교수들이 이메일로 참여했다는데 두 번째로 뽑힌 사자성어는 '후안무치(厚颜
無耻)’라고 한다.
지식인을 대표하는 대학교수들 뿐만 아니라 장삼이사의 평범한 무지렁이 국민들이라고 해도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불통의 세상이 되어 버렸다.
삶의 일상에선 목소리 큰 사람이 주인이 되고, 침묵하는 약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바보가
되어버렸고, 삶에 지친 국민들은 강 건너 불 보듯 문외한이 된지 오래다.
세계 10대 산업국이 되고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어섰다고 온 나라가 백일몽에 빠져 거들먹
거리고 있는 동안 국민들의 머리 속은 허세, 사치, 향락에 빠져 세상 변하는 줄 모르고,
한길만 보고 달려가던 기업들은 기업 환경 변화와 내부 선동 집단의 밥그릇 싸움으로 성장의
탄력을 잃고 말았다.
더 안타까운 건 정치하는 집단들의 행태다.
사회나 국가를 지탱하는 원천은 그 사회의 건전성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정의, 진리, 도덕, 상식, 양심, 인격, 가치관 등이 실종된 지 오래다.
국가의 존엄성도 무너지고, 정치판은 법치를 유린하고 있고, 적폐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부정하며
독불장군 오불관언하며 배를 산으로 끌고가는 지도자도 있다.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교육계도 별반 다름이 없다.
교육평준화 정책은 엘리트를 인정하지 않는 교육방식으로 바뀌었고, 선생님은 교사가 아닌
노동자가 되어 배움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을 교육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엘리트가 없는 우리 사회는 결국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의 모습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매일 대하는 짜증스런 뉴스들의 봇물 속에서 일상을 무심하게 흘려보내면서 그저 만족하며
살리라고 외치는 수많은 평범한 군상들의 일상을 또 무심하게 바라보는 권력의 정상에 선
그대들이여!
아직은 작지만 강한 나라, 대한민국!
그대들만의 리그는 아니라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我是他非는 바로 그대가 만들어 낸 말이 아니던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