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붙이지 못한 편지

tycoons 2024. 11. 22. 16:33

아들!


만나서 술 한잔 하며 할 얘기를 편지 형식을 빌려 넋두리를 한다는게

서글픈 생각이 드는구나.

사업 실패로 의기소침해 있는 네 모습을 보면 조금은 이해가 되지만

인생의 정점에 선 40대 중반의 나이에 너무 일찍 꿈을 포기하고 주저

앉은 것 만 같아서 걱정이 되는구나.

나의 40대 시절을 돌아보면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였지만 또래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성실함을

무기로 정말 엄청 노력하는 생활인이였다고 생각한다.

군대 제대하고 부모님 도움으로 25평 대지의 조그마한 단독주택을 갖게

되면서부터 더 큰 집을 갖어야 겠다는 목표로 재산을 늘리기 위한 목표

설정과 세부 실천 계획을 수립하고 도전을 했었다.

결혼 후 네 엄마의 재산과 합쳐 70평 대지의 오래된 가옥을 전세를 끼고

구입하여 문간방에서 생활하며 부부가 합심 생활비를 최대한 줄여가며

저축에 몰두했었다그런 노력으로 30대 초반 나이에 살던 집터에 140

3층 건물을 짓고 유치원을 인가 받아서 너의 엄마는 유치원 설립자 겸

원장으로 육영사업을 시작했고 가사를 함께 하면서 13역의 바쁜 나날을

보내며 자식들을 키우며 삶의 보람을 찾기도 했다.

네 외삼촌이 보증을 잘 못 서는 바람에 건물이 경매로 매각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다시 은행 대출과 저축한 돈을 합처 무리하게 빚을 안고 외삼촌의

건물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네 부모는 40대 후반에 어느 정도

재산을 형성할 수 있었고 중견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의 네 나이일 때는 너는 고등학생 시절이이니까 생각해 보면 지금

네가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6.25 전쟁통에 태어난 세대라서 배고픔을 겪고 살아온 세대이다보니

굶주림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꼈고 경제적 자립만이 살 길이란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왔다.

그런 부모로서 너를 좀더 강하게 키우지 못한 자책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온실에서 키운 화초는 노지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자란 야생화만큼 강한

생명력을 갖지 못하지만 노지에 옮겨 심어도 스스로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자생력을 키우면서 강한 비바람이나 추위에도 끄떡없이 살아남게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아들!

내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한 것 같구나.

그러나 생각해 보렴.

네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의 날들이 어떠했는지를.

네가 내렸던 여러 결정들이 만족했었는지를.

부모의 강요에 못이겨 다른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부모로부터 받은 수많은 사랑과 경제적 물질적 도움은 결코

쉽게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큰 고생 하지 않고 성인이 되었고, 순탄하게 30대를 보냈다고 본다.

직장생활 하던 너를 학원 사업을 하도록 만든 것이 부모의 실수라면

실수였을 것이다. 부모가 너를 과대평가한 결과라면 받아들이겠니?

너는 지금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잊지 말아라.

뼈를 깍는 인내와 노력으로 재기와 성공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부모로서 최소한의 책임과 역할은 이미 다 끝났다.

70 넘은 부모로서도 너를 도울 여력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

오로지 네가 풀어내야 할 과제이자 도전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강불식하는 노력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인

40대의 절정기, 아직도 너는 늦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할 시간이다.

오로지 너의 의지와 노력으로 새로운 삶을 일으켜 세우기를 부모로서

먼 발치에서 잘 되기를 응원할 수 있을지언정 더 이상의 여력은 없다는

걸 너도 인정하길 바란다.

不惑의 나이를 넘어 知天命을 바라보는 자식에게 부모가 어떤 말을 해도

대답없는 메아리가 되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자식이 떳떳한 사회인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하는 마음에 넋두리를

해 보았다.

이 편지는 네게 보내지는 못할 것 같다.

그냥 애비로서 내 심정을 네게 텔레파시로 전하는 독백일 뿐이다.
아들!

절대 포기하지 마라!!

절대, 절대로.....

 

 

아들의 45번째 생일을 즈음하여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강백세  (4) 2024.12.24
난 이렇게 산다우!  (2) 2024.12.01
草上之風  (1) 2024.08.27
절대 포기하지 마라  (0) 2024.06.29
일본 위스키가 뭐라고  (0)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