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첩

차창 너머로 본 유럽 - 눈에 묻힌 잘쯔부르그

tycoons 2006. 1. 9. 23:49

유럽 여행 일주일 내내 눈이 내렸다.  0℃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기온

때문인지, 특수 시설을 했는지 도로엔 눈이 많이 쌓이지 않는 편이였다.

물론 제설차가 계속 고속도로의 눈을 치우고 다니는 걸 볼 수 있었다.

체코에서 폴란드로 이동할 때는 400여키로 거리를 13시간 걸려 도착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소통은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엿새째 잘쯔부르그에 묵던 날은 특별했다. 알프스 산맥 줄기에 있는

산악지대로  밤새 눈이 계속  내려 온 천지가 눈에 묻혀 버렸다.

목장초지, 나무 산들과, 집들이 모두 눈을 뒤집어 써서  눈구덩이에

묻힌 듯 했다. 바람이 불지 않아 나무에는 여름 나뭇잎들을 힌 색으로

표백한 것처럼 설화로 덮였고 어릴 적 크리스마스카드에서 보았던 

설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다.  차량에 쌓인 눈으로 차량인지

눈을 치운 눈덩이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이곳 사람들은 눈 치우는 일이 일상 생활인 듯 했다.  새벽 일찍부터

기계화된 除雪機 뿐만 아니라 트랙터까지 동원해서  집에서 도로까지

제설작업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1M 가까이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지붕에 올라가 눈을 쓸어 내리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잘쯔부르그는 옛날 영화 Sound of Music에서 쥬리 앤드류스가

아이들과 도레미송을 부르던 장면을 촬영한 곳이란다.  그리고 그곳은

모짜르트의 생가가 있는 곳이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내년은 모짜르트 탄생 250주년이라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모짜르트의 생가는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었으나 특별한 유품이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그가 태어난

곳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는 듯 했으며, 입장료(3유로)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전라도 지방엔 폭설이 내려 피해가 대단하였지만 해외여행

중에 만난 폭설은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대단한 설경 속으로의 여행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