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샤워하기 힘드네

tycoons 2007. 3. 12. 10:29

일반실로 옮겨 며칠 지나자 이젠 링거 주사액도  맞지 않고 약만 받아

먹는 수준으로 변했다. 20여일 가까이 몸에 물기라고는 대보지도 못한

까닭이라 샤워를 하리라 마음먹고 저녁 식사후 샤워실로 향했다.

화장실을 맞보고 설치되어 있어 사용여부도 확인할 겸해서 일단 가

보기로 했다. 저녁 8시 경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었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여자들이 많고, 대부분의 간병인들도 여자분들

이라 샤워실이 항상 붐비는 것 같았다. 머리 감고,샤워하기도 하고,

빨래까지 하는 아주마들이 있어 한 번 들어가면 2~30분씩은 있는 듯

했다. 그래서 20분 정도 주기로 왔다 갔다 하기를 여러 번 드디어 열시

반 쯤 돼서야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챤스가 왔다.

다음 날은 아예 새벽에 샤워를 하리라 생각하고 6시 쯤 샤워실로 갔으나

이미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었다. 결국은 11시 반 쯤 한가한 시간을

이용하여 머리도 감고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며칠을 이런 식으로 샤워를 하다 보니 문득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그래 다른 층의 샤워장으로 가면 되잖아.

그래서 새벽 내가 입원중인 층의 샤워장이 사용중인 것을 보고 윗층의

샤워장으로 갔다. 물론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그렇게  그날은 샤워를

편하게 하였다. 다음 날 새벽 6시 전에 샤워를 하겠다고 샤워실에를

갔으나 이미 먼저 사용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 윗층으로 가자.

윗층에서  여유있게 샤워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났다. 샤워하러 온 사람이 기다리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서둘러서

비눗기를 씻고 샤워장의 문을 열었다.

거기엔 청소부 아주머니가 딱 버티고 서 있었다.

"이 병동은 소아암 병동이예요. 앞으로는 오지 마세요."

새벽부터 청소부 아주머니한테 잔소리를 들으니 또 열이 받친다.

"알았어요."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층계를 걸어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다 생각하니 생각할 수록 얺짢았다.

한 층에 100여명 넘게 수용하는 병실을 운영하는 병원이라면

화장실도 건물 양쪽에 배치도 하고 샤워실도 병실의 환자 별 특성을

살려서 추가로 배치하는 등 설계를 해야 할 것 아닌가?

병실만 늘려 수입만 늘리겠다는 처사지, 한 층에 남녀 화장실 한곳 씩,

장애자용 화장실 한 곳, 샤워실 한 곳 씩 그 것도 건물의 맨 끝에다 배치해

놓고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층별엔 여러개의

다용도실을 배치하여 운영하면서 고객을 위한 배려라고는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 병원에 오는 놈이 안오면 되지 무슨 불평이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병자나 입원 환자들을 위한 배려가 없이  "새천년○○비젼"입네하며

고객을 위하는 병원을 외치는 구호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결국은 건강하게 살며 병원에 오지 않기 위해 사는 인생이 최선의 삶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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