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근무중 이상무

tycoons 2007. 3. 11. 17:56

내가 입원한 병원의 중환자실은 하루 두번 오후 1시와 7시에 30분씩 두번

면회할 수 있다. 그리고 환자를 면회하기 위해 한꺼번에 2명 이상은 중환자실

입실을 할 수가 없다. 중환자실이다 보니 여러 모로 병원에서 신경을 쓰고

관리를 한다는 건 참으로 옳은 일이다. 가끔은 친구나 친지 가족들이 함꺼번에

들리면 2명씩 교대로 잠간 잠간씩 얼굴을 보고 안부나 확인하는 것으로

30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만다. 그래도 가족 입장에선 움직이지 못하는 환

자이니까, 얼굴이라도 닦아주고, 양치질이라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려고

마무리를 하다 보면 30분을 넘기가 일쑤다. 그러면 여지없이 젊은 경비 직원이

나타난다.

"2명 이상 함께 면회를 하시면 안 됩니다."

"면회 사간이 다 되었습니다."

"면회 시간이 끝났습니다."

이런 식이다. 교도소도 아니고 중환자실의 짧은 면회 시간을 왜 이렇게 철저히

통제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그래봐야 중환자실 전체적으로는 몇분 더 늦게

문을 닫는 정도인데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면회시간에 몰리다 보니 정확한

시간에 입실을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10분 이상  늦게도 중환자실 입실을

시작하면서 30분이란 시간을 어찌 그리 정확히 따지려 하는지 모르겠다.

젊은 경비 근무자의 입장에선 주어진 의무에 충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무

자세이지만 환자나 찾은 가족이나 친지들 입장에선 불쾌하기 짝이 없다.

식사 중이거나, 양치질을 도와주고 있으면 차라리 면회시간이 넘었다는 신호만

해 주어도 다 알아 들을만 하련만 와서 꼬박 꼬박 위와 같은 사무적인 소리를

하고 가는 경비원을 보면 참 답답한 마음과 함께 직장 생활 참 오래 하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환자 뿐만 아니라 면회온 사람들 까지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근무자의 자세는

개선돼야할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나는 그 경비 근무자가 왔다가면 면회온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꼭 저승사자

같은 생각이 든다고 표현을 하곤 했다.

원칙은 분명 있어야 되겠지만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근무자세를 기대하고 있는 환자나 가족들에게는 아쉬움이 컸기에 고언을

하고 말았다.

 

경비 근무자님 !

나도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며 망육을 살다보니 그 고지식한 근무자세에 한마디

조언을 하는 것이니까 심려치는 마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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