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돈이 뭐길래

tycoons 2007. 3. 12. 14:30

내 옆엔 젊어서 건설업체를 운영했다는 75세된 민선생이란 분이

장기 입원을 하고 있다. 한 해 이상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시중을 드는 아주머니가 간병인으로 모든 수발을

들고 있다.성격이 좋아서 힘들어도 별로 짜증을 내지 않고 껄껄

웃고 넘어가는 식이다. 대소변 하며, 옷 갈어 입히고, 식사까지

모두 수발을 든다. 가끔은 민선생의 물리치료는 물론이고 기분

전환을 위해서 휠체어를 이용해서 산보도 하기도 하고, 침대에선

가위,바위, 보 같은  놀이를 하면서 함께 지루함을 달래기도 한다.

 

세상에 참 많은 직업이 있지만 간병인이란 직업도 참 고된 직업이란

생각을 해 본다. 24시간 수발을 들고 한주일에 하루를 다른 간병인과

교대하며 집에 다녀 오는 정도니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많은 돈을 받더라도 웬만한 사람들은 견뎌내기 힘든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3월 1일 삼일절 날에  민선생의 며누리가 방문을 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를 올해 졸업한 아들을 데리고 와서는 처음부터 갈 때까지

병실이 떠들썩 하도록 자식 자랑만 하다가 달랑 가버리는 것이였다.

시아버지라면 손이라도 잡고 " 힘드시지요? 제가 뭐 도와 드릴 일은

없는가요?" 라던가  "제가 안마 좀 해 드릴께요."라던가 하면서

한두 시간 봉사할 생각은 않고, 아들이 졸업식에서 상을 휩쓸었다는 둥

외국에 가 있는 큰애가 말을 잘 타는데 말을 사 주어야 겠다는 둥 혼자

큰소리로 자식 자랑만 해대니 옆에서 누어 있으면서도 짜증이 났다.

노인 입장에선 손자가 공부잘한다는 소식에 기분이야 좋겠지만 모처럼

시아버지 문병와서 안하무인이지,  병실을 소란하게 만들기만 하고

시아버지한테 진심어린 위로의 말 한 마디 없이 가서 되겠는가 말이다.

내 느낌으론 "당신이 빨리 세상을 떠야 내가 한 숨 돌리고, 유산도 받을 수

있소.그리고 아들에게 말을 사줄 수 있을 것 같소"라는 메세지로 밖에

들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간병하는 아주머니는 할아버지 병세와

최근의 상황들을 여러 가지로 며누리에게 설명을 해주곤 했다. 

 

오랜 병환에 효자 없다는 말도 있지만 늙고 병들면 재산도 명예도 다

한 줌의 흙과 같이 스러지는 것을. 젊은 시절 그렇게 열심히 일으킨

재산이 며누리에게 상속되고 며누리는 그 유산을 이용해서 몸 치장이나

하고 멋이나 부리고, 손바에게  말이나 사주며 즐거운 인생을 살게

해 주기 위해 그런 피나는 생을 살아 왔단 말인가 하는 생각을 옆에서 해

보았다. 아들이란 사람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아서 아들을 혹시 먼저

보내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 본 것이다. 차라리 완치될 때 까지 수

천만원이 들더라도 간병인을 쓰며 자식들이나 며누리들에게 떳떳하게

지내며 병원 생활을  마음 편하게 하는 것이 늙어서 삶을 즐기는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식들은 서운할 지 모를 일이지만 재산은

죽는 날까지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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