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이야기

홀인원, 싱겁네!

tycoons 2008. 1. 8. 10:33

 

태국 도착 첫날 아내와 함께 한 오후 라운딩의 시작은 잘 풀리지가 않았다.

첫홀에서 보기, 두번 째 롱홀에선 훅이 걸리며 볼을 잃어버려서 트리플을

기록해서 두홀만에 4 오버파가 되었다. 다행히 전반에 파를 세개를 해서

가까스로 44타 보기 플레이로 마무리를 하였다.

후반에도 10번, 11번 홀을 연속 보기를 기록하였으나 다시 세 홀을 파로

마무리하며 15번 홀에 도착하였다.

15번홀은 콰이강 상류 물줄기를 따라 조성된 숏홀로 폭이 10미터 정도에

경사가 있고, 우측은 숲풀 언덕, 좌측은 강줄기와 연해있으며  티박스 앞과

훼어웨이에 커다란 나무가 있어서 샷을 하기에 까다롭게 설계된 홀이였다.

거리는 127야드라서 나는 9번 아이언으로 공을 우측에 놓고  쓰리 쿼터

스윙으로 가볍게 펀치셧을 하였다. 공은 다행히 높이 뜨지 않고 날아가

그린 근처에 훼어웨이에 떨어지며 굴러서 그린위의 깃대 방향으로 굴러

가는 것이였다.

'그래 이번에 잘 해서 버디를 잡아 보자!' 라고 생각하며 그린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린에 도착해 보니  웬일인지 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경사가 있는 그린이라 강으로 굴러 떨어진 것 같아  강쪽 그린 엣지 주변을

살피며 서성이고 있는데 캐디가 외쳤다. 

" 홀인원! "

" 이런 ! "

정말로 홀 안에는 내가 친 테일러메이드 4번 3피스 볼이 들어가 있는 것이였다.

전혀 기대도 않았던 볼이  싱겁게 홀인원이 된 것이였다.

아내 그리고 캐디와 하이 화이브를 하면서 홀인원의 기쁨을 나눴다.

여세를 몰아서 16번 홀 파, 17번 홀 버디, 18번 홀 파로 마무리 하고나니

후반엔 홀인원 덕분에 35타를 기록해서 다행히 79타로 라운딩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점심 함께 골프장을 찾아 머물고 있는 한국인 내장객들과 생맥주로

홀인원을 자축하며 즐거움을 나눴으며 골프장으로부터 홀인원증서와 함께

리조트 1년 무료 숙박권을 제공 받았다.

그러나 홀인원 이후 15번 행운의 홀에선 버디를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하고

골프 투어를 마무리 하고  말았다.

 

평생 한 두번 해보기 힘들다는 홀인원을 싱겁게 하고 보니 홀인원도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저 운이 좋았다는 생각 뿐이다.

넓은 그린의 한 점이 됐던 , 선이 되었던 간에 공이 지나가던 곳에  다행히

홀 구멍이  있었기 때문에 홀인원이 되었을테니 말이다.

 

골퍼에게는 미래에 어는 날엔가 꼭 홀인원의 기회가 오리라 생각한다.

그것이 행운의 샷이던, 정확한 에임에 의한 의도된 샷이던 간에 골프장을

출입하는 골퍼에겐 분명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기회의 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파 3 홀의 티박스에 올라서면 또 다른 가능성을 시험하며

부드러운 샷으로 홀인원을 시도할 것이다.

 

 

 티박스에서 본 15번 홀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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