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이야기

狂氣인가,熱病인가? 한국인들의 골프사랑

tycoons 2008. 1. 6. 21:20

골프에 흠뻑 빠져버린 아내와 함께 년말연시를 이용해서 골프패키지 여행을 다녀왔다.

밤 비행기로 출발해서 며칠간 무제한 라운딩을 하고 또 밤 비행기로 돌아오는 상품이다.

저녁 7시가 넘어서 공항에 도착하여 티켓팅을 하고 골프백을 싣기 위해 대형화물 접수

창구에  도착하니 줄은 수십미터에 이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카트마다 적게는 2개 많게는 너덧개씩 되는 골프백을 싣고 접수를 위해 줄을 서 있는

끝에 나도 한 자리를 잡고 서면서 나 자신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듯 하루에 수백명, 혹은 훨씬 많은 숫자의 국내 골프매니어들이 주말,  연휴, 혹은

평일을 이용하여 해외골프투어를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도착지의 외국 공항 입국장의 모습도 별로 다르지 않다.

골프백을 지참한 수많은 한국인 골퍼들이 동남아 공항의 입국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중국이나 일부 동남아 국가의 골프장엔 한국인 골퍼들이 아니면 장사가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한국인들의 호탕한 웃음소리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젠 캐디들도 간단한 말들은 한국어로 스스럼없이 조언하고 있기도 하다.

똑바로! 오른쪽, 왼쪽, 퐁당, 빨라요, 힘~, 그리고 야디지를 우리말로 알려주는 것은

당연하고...

 

이렇듯 한국인들의 광기에 가까운 골프 열병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나는 이번에 일주일이 넘는 날들을 매일 무제한 라운딩을 하면서 그 이유를 조금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째, 무엇보다도 골프를 즐기는 비용이 무척 저렴하다는 것이다.

골프장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니 그린피가 한국의 10분의 1 수준도 안되었고,

카트를 이용하고, 캐디피나 팁을 감안하더라도 18홀 라운딩 비용이 우리돈으로

5~6만원 안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클럽하우스의 음식들도 그리 비싸지 않고, 골프장의 잔디나 그린 또한 골프를

즐기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주말 한 번 라운딩할 경우 차량비, 식대 등을 포함하여 30만원은

족히 드는 현실에서 국내골퍼들에게 외국으로의 골프투어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다 못해,  일본이나. 호주, 뉴질랜드 같은 지역에 가더라도

국내의 1회 라운딩 비용으로 몇 번을 라운딩 할 수 있을 정도니 어찌 골프투어를

떠나는 사람들을 손가락질 할 수만 았겠는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골프장의 골프장 경영 방식에도 혁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젠 수억원을 넘어 10억원대가 넘는 골프 회원권 분양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고

있고, 소수 정예의 차별화된 회원 대우를 마아케팅 전략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골프장 조성비용 중에서 수백억원씩 쏟아부여 최고급 호텔 수준의 클럽

하우스를 만들며  분양가에 전가시키고, 소수 회원들의 예약제도에만 역점을

두는 골프장 운영시스템은 골프를 즐기기 위한 골프장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위한 골프장 건설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퍼블릭 골프장도 있지만 일반 골퍼들이 손 쉽게 이용한 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고 보면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국내 골프장 업계에서는 국내 많은 골퍼들이 해외로, 해외로 골프백을 메고

나가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골프장도 아사나 부도에 직면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골프장 부지 조성비, 클럽하우스 건축비, 관리비용등을 최소화하면서 해외

골프장들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야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몇 년전 뉴질랜드의 퍼블릭 골프장에 들렸을 때에는 무인카운터를 운영하며

골퍼 스스로가 그린피를 양식 봉투에 기재하고 넣어 캐시박스에 투입하고

라운딩을 하도록 되었있는 골프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정말로 골프를 즐기는

주민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여러번 해 봤었다.

몇백만원 정도의 돈으로 평생회원권을 구입하여 언제라도 무료로 라운딩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세계 도처에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나라의 골프장

경영자들도 이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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