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마음을 비운다는 것

tycoons 2009. 10. 18. 06:43

 

 

엇그제는 옛 직장의 선후배 모임에서 가을행사로 선운산CC를 다녀왔다.

일년에 봄 가을 정례적으로 갖는 야외행사로 올해는 고창에서 만났다.

회사에서 버스를 지원해 줘서 서울에서 20여명이 함께 이동하였고,

지방에서도 여러명이 개별 도착하여 40명 가까운 인원이 함께하였다.

등산을 하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골프를 치며 우의를 나누었다.

첫날은 8개조로 나눠서 친선 라운딩을 하고, 둘째 날은 첫날 스코어를

기준으로 팀을 편성해서 신페리오 방식으로 게임을  하였다.

첫날은 전반 41타 후반 42타 합계 83타로 내가 계획한 타수에 맞게

라운딩을 할 수 있었다. 다음날은 전후반 39타를 처서 78타를 만들어

보리라 작정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저녁은 선운사 입구 식당에서 광주에서 한 회원이 직접 담가 온 진액

복분자술에 장어구이로 모처럼 화기애애한 식사자리가 되었다.

대부분 나이들이 들다보니 술의 양도 줄어서 됫병들이 펫트병 4개를

다 비우지 못하고 저녁을 끝냈다.

일부는 노래방에도 가고, 일부는 동양화 그림 공부를 하는 팀도

있었지만  우리방에선 9시쯤 모두 곯아 떨어저서 휴식을 취했다.

새벽 4시에 잠이 깨서 뒤척이다 다섯시 반쯤 일어나 선운사까지

산보를 하고 고색 창연한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을 알현하였다.

 

나는 윤회장님, 이사무총장, 박총무와 한 팀으로 편성되어 함께

첫 팀으로 라운딩을 시작했다.

두번째 롱홀에서 드라이버로 친 볼이 훼이드가 걸리며 OB선상을

벗어나서 더블보기를 하며 여섯번째 홀까지 4 오버로 진행하고

있었다. 일곱번째 홀은 롱기스트 홀이였다. 전날엔 내가 265미터를

날렸던 터라, 이번 행사에 롱기스트는 하리라 작심하고  티박스에

올랐다.  그런데 공은 훅이 걸리며 6번홀로 넘어가 OB가 되고

말았다. OB티에서 친 볼도 벙커로 들어가서 트리플 보기를

기록하고 말았다.  욕심이 부른 최악의 상황이 바로 롱기스트

홀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넓은 훼어웨이의 롱기스트 홀에서

자신 만만하게 휘두른 공이 OB라니...

 "난 아직 멀었다." 라는 자탄이 튀어 나왔다.   

그렇게 전반을 마치고 나니 8오버 44타를 기록하고 말았다.

후반에는 다행이 39타로 계획대로 마무리해서 83타로 경기를

끝냈다.  윤회장님이 전반 39타 후반 42타로 81타를 치셨고

박총무가 전후반 40타로 80타를 쳐서 메달리스트가 되었다.

 

골프를 인생에 비유하는 표현들이 참 많은 이유가 이런 비슷한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을 비우며 스스로와 게임하고 즐기는 골프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그러나  필드에 서면 한 샷, 한 샷을 집중하며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자신을 추스리려야만 한 다는 걸 또 다짐하게 된다.

그래서 골프가 칠 수록 어렵고 빠져들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地空禪士이신 윤회장깨서 쉬엄 쉬엄 플레이 하시면서 항상

싱글 스코어를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그 분의 인생철학이

골프에도 그대로 녹아들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80대까지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여유와 건강을 위해

젊은 지금 더 열심히  체력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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