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사는 고향 선배 한 분은 요즈음 불면증에 걸렸다.
18년을 함께 지냈던 푸들 강아지와 이별을 했기 때문이다.
오래 전 부터 기력이 떨어진 강아지는 이젠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수준이 되어 버렸고, 눈도 잘 안보여서 사람이 수발을
들지 않으면 먹지도 못하는 정도가 돼 버렸다.
지난 일요일 강아지의 죽음을 예감한 선배 가족들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안락사를 시키기로
아침에 강아지를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애견장례식장에 연락
예약을 하고, 지정 동물병원에서 약물주사로 안락사를 시킨후
장례식을 치루었다. 사람의 장례식처럼 염습을 하고, 화장을
해서 유골함까지 수습해서 돌아왔다.
강아지 장례식날엔 온 가족들이 슬픔에 한 숨도 못자고 꼬박
밤을 새웠다고 한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몇몇 이들은
조의금까지 보내겠노라며 은행 계좌번호를 보내라는 요청도
있었다는 선배의 이야기에 나는 소주 한 잔 대접하며 위로를
할 수 있을 뿐이였다.
선배 부부에게나, 성년이 된 무남독녀 외딸에게 반려동물과
18년을 함께 한 추억들이 얼마나 많고 많았을까 생각해 보면
그 선배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죽는 날까지 가족의 일원으로서 아름다운 이별을 한
그 푸들 강아지도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매일 아침 일어나면 유골함을 보며 강아지와 대화를 한다는
선배는 오는 9월 9일에 사십구재까지 계획하고 있다.
선배가 가족 잃은 슬픔을 빨리 잊고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빌며
육십을 훌쩍 넘긴 선배의 고운 심성에 끝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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