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이발관 유감

tycoons 2010. 8. 25. 22:42

 

 

이젠 이용업소는 사양산업인가 보다.

내가 사는 동네에선  이발소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오랫동안 살던 동네에 운동하려 갈 기회가 있으면 일부러 이발을 하고 오곤 한다.

어제는 모처럼 조금 일찍 귀가해서 이발이나 하려고 편한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목동에 살면서  대로변 뒷골목에 있는 이발소를 우연히 알게 되어

자주 이용하곤 한다.  그러나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그 이발소는 문을 굳게

잠그고 휴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

다시 동네 골목을 뒤지다 이발 표시등이 있는  지하 이발소 계단을 내려가 보니

 컴컴한 분위기에 젊은 여자가 입구에서 청소를 하는 것이 여긴 아니다 싶어

그냥  올라 왔다.

그리고 온 동네를 헤메며 이발관을 찾아 봤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여름철엔 스포츠센터에서 땀 흘리고 샤워하는데 그렇다고 이발하려고  일부러

사우나나 찜질방에 가는 것도 그렇고 해서 조금 더 찾아 보기로 했다.

오목교역 근처부터 양천세무서쪽으로 해서 SBS방송국쪽 상가 주변을

뒤지며 찾아 봐도 이발관이 보이지 않는 것이였다.

그래도 눈에 띄는 미용실 간판은 꽤 있었으나 선뜻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는

이유는 미장원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40분 정도를 헤메다 결국 KT  목동사옥쪽 목동아파트 입구쪽에 조그만 이용

체인업소를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 갔다.

그곳은 요금이 세분화되어 있어 이발, 샴푸 세발, 두발 맛사지 등 몇 가지

차별화한 옵션으로 이발료가 2만오천원 정도까지  받고 있었다.

기본적인 컷트와 머리를 감는 수준의 이발을 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한 시간 정도  동네를 헤메는 수고를 하였으나 이발 시간은

10분 정도 밖에 안 걸리는 초 간편 이발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해 본다

이젠 남자들도 미용실에서 컷트도 하고 귀뿔도 뚧으며 화장까지 받는 세상에

고지식하게 이발관만 고집하다 보니 불펀함을 스스로 자초한 꼴이 되었다.

전통적인 방식의 이용업은 이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세상인 모양이다.

다양한 설비와 기자재와 패션감각으로 무장하고 이미용을 아우르는 다양성이

통하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이발관을 찾아 한시간 가까이 동네를 헤메고 난 후 얻은 결론은 바로

이젠 남자도 이발관이 아닌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염색하고 패션을 완성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이다.

나만 50년전의 세상을 고집하고 있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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