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첩

차창 너머로 본 유럽 - 독일사람들

tycoons 2011. 1. 30. 14:15

인천에서 비행기를 탑승하고 꼭 12시간만에 푸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눈이 내려 제법 쌓이기 시작하면서 푸근한 설경이 낮설지 않아 보였습니다.

입국신고서 양식도 없는 간단한 입국수속을 마치고 수화물을 찾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화장실에 잠간 들렀습니다. 몇 년 전 암스텔담 스키폴 공항에 들렸을 때도

그랬지만 이곳도 화장실의 소모품 종이들은 우리가 옛날 쓰던 재생용지 화장지로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선진국이라 환경친화적 사고방식에 입각하여 표백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화장지를 만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일회용 화장지에 까지도

그들의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잘 나타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우토반을 이용해 숙소로 이동을 하다가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에선 우리의

전철 출입구처럼 만들어 0.5유로씩 사용료를 받고 있었고 그 휴게소에서 물건을 사고

영수증을 제시하면 물건값에서 사용료를 차감해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킹사이즈

캔맥주가 2유로인데 반해 물값은 0.5 L짜리가 1.8유로로,독일에선 맥주가 물값보다도

오히려 더 싸다는 사실이 신기하가만 했습니다.



첫째 날 묵은 바이덴이란 도시의 시골풍 호텔은 두명이 타면 족한 엘리베이터,

4평 쯤 되는 조그만 방에 딸린 한 평 채 못되는 화장실에는 샤워 부스까지 설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을 떠나 수십년만에 나는 처음으로

추리닝 옷을 끼어입고 잠을 자야 했습니다. 실내 온도가 너무 낮아 추워서 그냥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보일러를 한밤중에는 미열로 가동하게 만들어 놨는지

끝까지 라디에이터 놉을 열어놔도 미지근한 정도 밖에 온기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마지막 날 뮨헨에서 묵었던 호텔에서도 난방에 관한한 똑같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 대신 침구류는 따듯한 오리털 이불로 비치해서 잠자리에서 온기가

오래 보존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으로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전통을 고수하며, 보수적이고

실용적인 생활 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실례였습니다.

독일이 통일비용 등으로 국가적 재정적 부담을 겪고 있음을 인식하고 기업이나

국민들 모두 공감대를 갖고 국가시책에 동참하기 위해서 호텔에서 까지도 난방에

에너지를 과다하게 소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독일 사람들의 근검 절약 정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학교에서 배웠듯이 독일 사람들은 담배를 태우는데도

몇명이 모여야 성냥불을 켠다는 일화가 결코 지어낸 이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우리보다 훨씬 선진국이고 부유한 독일이란 나라가 강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요 ?

기름 한방울 나지 않아 석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한국에선 과열 난방으로 영하의

추운 겨울에도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가정이나 공공장소가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인들의 낭비벽과 허세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충분히

가늠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우리와는 다른 삶의 방식,역사, 전통, 환경에서 이룩된 서양 사람들의 문화와 그들의

일상 속에 녹아있는 삶의 진면목들을 스치는 눈 길로 어찌 읽어 낼 수가 있으리오만

그들의 저력과 숨겨진 힘은 분명 느낄 수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50년만에 이룩한 지금의 우리의 풍요로워 보이는 삶의 모습이

결코 탄탄한 반석위에 세워진 철옹성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 부모들의

힘들었던 삶의 여정을 우리가 보고 느끼고 배우며 디딤돌로 삼았던 것처럼 우리도

자식들이나 그들의 후세들에게 참된 삶의 방식과 철학, 그리고 생활의 지혜를

깨우치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 여행길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