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가끔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이번에 세부 골프 여행을 함께한 신회장이란 분 이야기를 해야겠다.
건축 소재 생산업체를 운영하며 중소기업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애쓰시는 분이다.
체구는 크지 않으나 동안이고 아파트 헬스장에서 만나면 근력운동을 하는 모습을 자주 봐서
70대 중반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체력 관리를 잘 하시고 몸도 유연하고 골프 비거리도
대단한데 대화를 하다보니 이분 연세가 80대란다. 나도 나름 건강관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분에 비하면 나는 조족지혈이다.
오전 라운딩을 끝내고 오후에 골프장 근처 마을에 같이 가자고 하신다.
문화혜택이 부족한 어린 아이들을 위해 학용품을 수백만원이치를 미리 한국에서 공수해 왔는데
몇 곳으로 나누어 전달하려 한단다. 이곳 리조트에 머물며 현지인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송선생의 도움을 받아 골프장 인근의 마을에 도착했다. 5분도 채 되지않아 백여명쯤 되는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나눠주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신회장은 어린 아이들이 교육
혜택을 받고 커서 사회의 동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학용품을 준비했노라 말씀하셨다.
작년에 세부에 와서 보고 이곳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홍선생을 통해 매월
50만원씩 후원하고 있단다. 한국에서도 유니세프 등 10여곳의 기관에 매월 기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참 생각이 깊으신 분이란 느낌과 함께 내 자신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라운딩을 함께 한 캐디가 자녀를 12명이나 두어 어렵게 산다는 말을 듣고 집을 한채 지어 주고 싶다며
직접 캐디 집을 방문하여 확인까지 할 정도로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이다.
식사를 하고 나서도 식당 주변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이 바짝 말랐다며 육류 반찬을 남겨 냎킨에
슬쩍 싸서 고양이들에게 갖다 주곤 하신다.
이분은 자신의 수입의 일부를 소리없이 나누는 동행과 함께 하찮은 동물에게조차도 자비스런 베품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분이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창업하고 일생을 바쳐 키워온 것은 자신과 가족의 생계뿐만 아니라
사회나 국가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일조하는 애국심의 발로일 것이다.
이분과 같은 철학을 가진 수많은 훌륭한 기업주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경제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게 아닐까?
아름답게 늙어가며 맑은 눈을 가진 신회장과 함께 짧은 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거창한 표현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