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이야기

세부에서 만난 월매

tycoons 2019. 8. 5. 11:19

한여름 날씨에 농사일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따가운 햇볓 속에 조밭 매던 일, 허리까지 찬 벼를 헤치며 피사리 하고, 뙤약볓 아래서

고추 따던 일...

내 농사이고 품삵은 없는 노동이지만 뙤약볓 아래서 노동은 사람을 빨리 지치게 한다.

새참으로 먹던 막걸리의 그 청량감을 나이가 들어서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지금 필리핀 세부의 뜨거운 태양아래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새벽부터 서둫러 아침식사를 하고 클럽하우스에 도착해 보면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이미 접수를 끝내고 1번홀 10번홀에서 티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거의 일곱 여덜 팀은족히 될 듯 하다.

그렇게 출발하는 시간이 7시쯤 되곤 한다.

밤에 스콜이 내리고 나면 지열로 습도도 올라가며 땅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18홀이 끝날 때 쯤이 되면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옛날 농사일 거들며 힘들던 때를 생각하며 혼자 중얼거린다. 

돈 주겠다며 농사일 시켜도 못하겠다면서  돈 내면서 골프를 하는 이 이율배반적인 행동은

무엇이란 말인가?

점심을 먹고 나선 추가 9홀 라운딩을 선뜻 결정하기 망설여 진다.

오후 라운딩을 포기하고 쉬기로 한다.

몇시간 쉬고 나면 저녁 시간이다. 평범한 식단이 제공되지만 반주로 하는 맥주 한잔이 즐거움이다.

태국에선 시원한 얼음이 무제한 제공되는데 이곳 세부에선 냉장고에서 꺼내주는 생 미겔 맥주뿐이다.

조그만 캔 하나 분량으로 마시고 나면 또 아쉽다.

그런데 냉장고 안에 또 낮에 읶은 손님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바로 월매였다.

반가운 마음에 성큼 다가가 월매를 낚아채듯 식탁으로 불러낸다.

집에서 반주로 먹던 생막걸리와는 다르지만 지금은 최고의 성찬이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만난 월매에 탐닉하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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