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직장 OB멤버들과 나들이 행사로 잠실에서 만나 원주로 향하는 버스에서 보니
올림픽대로 건너편 워커힐호텔쪽 골프연습장이 눈에 들어왔다.
골프를 시작하며 새벽 출근길에 들려 한시간씩 골프연습을 하던 곳이다.
슬라이스 구질을 고쳐보려고 그립을 엎어 잡는 방식으로 무작정 연습하던 생각이 난다.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게 88 서울 올림픽이 끝난 가을이였다. 직장생활중 처음으로
지점장이란 타이틀로 일선 영업 책임자가 된 후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무실 근처 인도어 골프 연습장에 등록과 렛슨까지 신청하고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
렛슨 프로를 지정 받아 본격적으로 첫 수업이 시작되었고 퇴근후 들러 교습도 받고
타격 연습도 하며 골프에 빠져 들게 된 것이다.
내가 과묵한 성격 때문인지 렛슨 프로애게 질문이나 주문 같은 걸 제대로 하지 않고
교습해 주는 대로만 연습하고 프로가 안 보이면 지도를 못 받으며 한달이 지났다.
지내 놓고 보니 몇 번 지도도 못 받았고 레슨 프로라는 사람도 성실하지 못하고 해서
그 다음 달 부터는 그냥 독학하는 심정으로 연습을 했다.
몇달 후에 골프 연습장에서 도고CC로 연습장 회원들과 단체 라운딩을 가게 되어
처음 머리를 얹게 되었는데 정신 없이 라운딩을 했고 120타도 넘게 쳤던 것 같다.
골프에 대한 연습과 지식도 부족했고 스윙이나 타격도 제대로 되지 않던 초보였던
터라 당연한 결과였지만 그래도 파3 아일랜드 홀에서 티샷 한 것이 깃대 근처로
떨어져 버디라는 걸 처음 해 보고 동반자들로부터 축하를 받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시작한 골프는 발전이 쉽게 되지 않았다.
직장인으로 한달에 몇번 어렵게 라운딩을 하는 주말골퍼로 연습도 제대로 않으니
100타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며 80대 골퍼 진입을 꿈꾸곤 했다.
모처럼 골프 약속을 잡으면 연습 조금 하고 혹시나 하고 라운딩을 시작하지만 역시나
하고 끝나는 자책의 연속이였다.
골프 초보 시절 보기 플레이어 수준을 넘지도 못하면서 동반자들과 내기골프를 하며
발전 없이 지냈다. 모처럼 80대 중반의 스코어를 기록했을 땐 그런 스코어가 계속
유지할 줄 알았지만 그건 환상 이란 걸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1994년 지점 입주 건물 지하에 실내 골프 연습장이 생기면서 골프 연습이 수월해졌다.
골프 연습장 사장에게 양해를 얻어 연습장 키를 하나 복사해서 새벽 일찍 출근하며
한 시간쯤 스윙훈련을 하고 직원들보다 먼저 사무실에 출근하는 식으로 반년 정도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 그렇게 조금씩 골프 기량을 키우며 보기 플레이어 수준으로
진입하였다.
50대 중반에 직장을 퇴직하고 나서 동네 헬스장을 출입하게 되면서 골프 타석도 있어
스트레칭 개념으로 자주몸을 풀어주는 연습을 주로 하곤 했다.
헬스장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라운딩도 하게 되고 월례모임도 만들어 어울리게
되면서 싱글 핸디캡 골퍼들과 라운딩도 하게 되었다.
보기 플레이어가 70대 스코어 고수들과의 회동으로 골프에 대한 안목이 바뀌게 되었다.
한두마디의 원 포인트 레슨과 동반자의 샷과 경기 운영 방식 등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나이가 들며 어프로치 샷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실제 타격 연습 보다는 빈스윙으로
리듬감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드라이버 거리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줄어드는 비거리를
어프로치 샷으로 보완하며 가능한 한 더블 보기 없는 18홀 라운딩을 하려고 노력한다.
운 좋으면 어프로치샷이 깃대에 가까이 붙여 파라도 몇 개 하면 80대 중반의 스코어가
가능하다. 그렇게 쌓인 30년 넘는 골프 내공이 이젠 싱글은 어려워도 80대 핸디캡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체력관리를 하며 열심히 스트레칭 하며 몸의 유연성을 오랫동안 유지한다면
나도 80대 나이가 돼서도 골프를 즐길 수 있으리라 믿으며 가능하면 에이지 슈터의ㅣ
기쁨도 누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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