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그제 같은 지붕 아래 살던 동네 후배가 이사를 갔다.
딸이 인천 청라지구에서 살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외손주를 돌봐주어야 할
상황이라며 부득이 집을 세를 주고 2년간 딸네 집 근처로 거주지를 옮겨 간 것이다.
18년을 살았던 터라 이사짐도 많았고 버릴 물건도 많았을 것이다.
후배가 이사짐을 싸며 전화를 해왔다. 집에 담금술이 있는데 드리고 가겠다는 것이다.
고마운 마음에 집 문앞까지 달려가 술병을 받아오고 말았다.
2006년 가을에 담근 들국화술, 2007년 가을에 담근 으름술이다.
무려 15년 가까이 된 귀한 약술이다.
한달에 몇 번은 만나는 사이지만 이사를 하고나면 만남은 쉽지 않으리란 걸 뻔히 알지만
한 아파트에 살며 쌓은 정을 생각하고 귀한 선물을 한 것이다.
저녁을 들며 그 후배의 정을 느끼며 들국화술을 한 컵 따라보았다.
빛깔은 샛노랗게 우러나서 양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코끝에 느껴지는 향은 양주에 못지 않았다. 들국화에서 배어나온 쓴 맛까지 어우러져서
완벽한 약술의 모습이였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니 들국화술은 뇌질환, 당뇨 등에 효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기관지나 고혈압에도 아주 좋은 효능이 있다고 적혀 있는 것이었다.
들국화술의 효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던 귀한 약술을 이웃에게
나눠주고 간 후배의 마음이 가슴을 찐하게 하는 것이였다.
조그만 마음 씀씀이에 훈훈한 정을 느끼기도 하고, 이웃에게 베푸는 아름다운 마음을
함께 하기도 한다.
귀한 음식을 나누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후배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