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당구를 배워 봐?

tycoons 2023. 4. 16. 11:04

나는 소위 望八을 넘긴 평범한 初老地空居士이다.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엔 이미 경쟁력을 잃었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유연성이 떨어진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집밖에서나 집안에서도 대접을 받지 못하는

어설픈 노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주위의 가까운 친구, 동창, 지인들도 비슷한 경우이다.

그러다 보니 동병상련이라 또래들과 만나는 즐거움을 찾게

되고 점차 모임이 활성화 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위 SNS라는 사회 통신망이 다양화 되고 나서 부터는

카카오톡 단체방이나 밴드와 같은 대화 채녈을 만들면서

친구들도 하나, 둘 참여하게 되고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다.

요즘 나의 주변 사람들도 다양한 대화방 모임을 통해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고 만남을 갖곤 한다.

특히 등산, 당구, 골프같은 취미 활동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요즘엔 당구가 특히 인기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취미

활동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비용도 크게 부담 없이 꽤 많은 시간을 함께 즐기며 반가운

만남을 갖을 수 있기 때문이리라.

매일 단체방엔 이런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오후 2시 구슬 종로 ○○○라고 한 사람이 글을 올리면

그에 대한 답장이 바로 뜬다.

갑니다.’ ‘참석’ ‘조금 늦음같은 식이다.

그러나 나는 유감스럽게도 이런 당구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

당구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고등학교 졸업후 대입 실패로 서울로 올라와 청진동 골목에

독서실(지금의 고시원 형태)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학원을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시내버스비가 8원 정도였고, 식당에서 라면 한 그릇에

10원을 받을 때였는데 당구 요금도 10분당 10원이였었다.

재수하는 입장에서 시골에서 농사 지으시는 부모님으로부터

조달 받은 학원비와 용돈을 아껴 써야 한다는 자책감에서

허투루 돈을 쓸 수가 없었던 때문이다.

함께 재수하던 친구들이 학원 끝나고 당구장에 갈 때 몇 번

따라가긴 했지만 배우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대학 들어가서도 당구엔 관심을 갖지 못했고 1학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오고 나선 더더욱 당구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요즘의 사회적 추세에 따라 노인들 당구 인구가

급속히 늘어났고, 주변의 친구나 지인들도 당구 모임을 통해

자주 회동하는 분위기라 내가 문외한이 된 느낌이다.

주변에도 늦게 당구에 입문하여 개인 지도도 받고 열심히

모임에 참석하며 취미 활동을 즐기는 친구들이 있음을 본다,

그런데 나는 당구에 입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는 우선 운동신경이 둔해서 입문해서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

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고,

지금이야 금연이 법제화 됐지만 좁은 공간 먼지 속에서 몇

시간씩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엔 일주일에 두 세번씩 SNS를 통해 당구 모임에 참여를

안내하는 문자들을 접하면 당구를 좀 일찍 배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여간 벗들과의 즐거운 만남은 어렵지만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일상의 리듬을 찾으려 한다.

한강변 둘레길을 걸어도 괜찮고, 가끔은 편한 사람들과

즐겁게 식사하며 술 한 잔 하는 것도 내겐 일상의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친구들의 계속되는 구애에도 내가 당구 모임에 못 가는

이유를 이렇게나마 전하고자 한다.

 

'친구들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벗에게  (0) 2023.04.25
졸업 50주년의 의미  (0) 2022.12.17
청람의 벗들에게  (0) 2021.06.11
여보게 친구  (0) 2018.11.15
2014 고교동기모임 인삿말  (0) 201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