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이야기

골프와 자존심

tycoons 2024. 6. 18. 04:02

골프란 참 어려운 운동이다.

골프를 배워 평생 싱글 스코어를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하고 보기 플레이어로

만족하고 지내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참 많다.

수십년 구력을 갖고 있어도 마음대로 안되는 게 스코어 줄이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연습하여 기량을 높이려고 시간을 투자하곤 한다.

그러나 필드에 나가면 경우의 수가 참 많아서 원하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페어웨이나 러프, 그린의 빠르기, 날씨 등이 샷에 영항을

주고, 본인의 몸 컨디션에 따라서도 스코어가 들쑥날쑥하기 마련이다.

특히 함께 라운딩하는 동반자에 따라서도 변수가 작용한다.

함께 라운딩하면서 상대방의 매너나 기량의 차이 등이 플레이여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에 겪었던 사건 하나를 적어보려 한다.

나와 아내는 십년 넘게 함께 골프를 즐기던 한 부부가 있었다.

같은 골프장 회원으로 주말을 이용해 서로 예약을 해가며 한달에 서너 번씩

함께 라운딩을 하곤 했었다.

그 부부는 년초에 외국에서 한달 넘게 머물며 골프와 휴식을 취하고 돌아왔다.

3월 중순부터 다시 함께 어울리며 골프 라운딩을 하며 느낀 것은 남편되는

분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보였다. 본인은 건강상의 이유로 체중을 줄이려고

다이어트식을 하고 있다며 육류는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체중은 6kg 정도 줄였다는데 골프 비거리도 많이 줄어든 걸

느낄 수 있었다. 10년 정도를 함께 라운딩 했던 시절을 떠 올려 보면 그나

나나 드라이버 비거리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고 골프 스코어도 서로

비슷하게 80대 중반 정도를 유지하는 편이였다.

그런데 체중을 줄이고 나서는 샷의 거리뿐만 아니라 정확성도 같이 떨어져서

옛날의 기량이 나오지 않는 것이였다.

나는 함깨 라운딩하며 드라이버 비거리가 20미터 이상 차이가 나고, 다음

샷을 하는 경우에도 실수도 잦았지만 샷을 할 때 나이스 샷을 외치며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을 하곤 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사건이 발생했다.

주말에 같이 라운딩을 하려고 아내가 약속을 하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상대쪽

반응이 시큰둥하게 이야기를 해서 그냥 전화를 끊었단다.

그런데 그날 늦게 아내에게 그쪽 부인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함께 라운딩을 그만 하려고 하니 다른 동반자를 찾으라는 내용으로 이유가

조금 황당했다.

라운딩을 하면 캐디가 자기네를 잘 챙겨주지 않고 우리만 신경 쓰는게 싫어서

함께 안 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샷을 하면 캐디가 굿샷을 외치면서 자기네가

샷할 땐 반응이 없고 퍼팅을 할 때도 캐디가 끝까지 보지않고 먼저 카트로

가버리리는 등 기분이 나빠서 함께 라운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였다.

캐디를 핑계로 단교선언을 한 것이다.

그런 내용의 문자를 받고 보니 조금은 당혹스러웠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본인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드라이버 비거리가 줄어들었고, 다음 샷들도

또한 정확성도 떨어지다 보니 스코어도 들쑥날쑥 하니 함께 라운딩하며 자존심이

조금 상했던 것 같다.

내가 드라이버를 치면 거리가 어느 정도 나가고 정확하다 보니 캐디가 굿샷소리를

했을 것이고, 본인이 샷을 실수 했을 때 캐디가 '굿샷' 반응이 없으면 조금 언짢았을

수도 있었으리라.

결국은 캐디의 무관심이 아니라 나와 라운딩하면서 비거리나 샷의 정확도가 자꾸

차이가 나니까 심리적으로 자존심이 상했고, 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는

결단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믿고 나만의 플레이를 고집하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

동반자의 기분을 읽을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10년 넘게 골프 동반자로 함께 했던 그 부부가 종종 어울리는 다른 동반자들과

편한 마음으로 라운딩하길 빌 뿐이다.

그러면서 골프에서의 자존심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남보다 골프를 잘 치고 못 치는 것이 자존심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골프를

즐길 수 있고 어떤 동반자들과 어울리더라도 내 샷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게

골프의 자존심일 것이다.

나는 골프 연습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있지만 편벽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젊어선 비거리와 정확도를 추구했고 지금은 정확도를 높이는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 나도 70대 중반을 지나고 있어서 편안하게 에이지 슈터를 나름 소박한  목표로

설정하고  건강 관리의 수단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함께 오랫동안 골프 동반자로 지냈던 그 부부가 빨리 자존심을 회복하고 즐거운

일상의 골프를 즐기기를 기대한다.

'골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은 파크 골프가 대세?  (0) 2024.08.17
어프럿치 샷이 중요해  (0) 2024.08.17
Berkshire Golf Club  (1) 2024.06.14
Breadsall Priory Country Club  (1) 2024.06.13
Hilton Puckrub Hall & Hotel Resort에서 골프를  (1) 2024.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