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文化國民 失踪申告

tycoons 2001. 4. 9. 11:14
나이가 들어도 철이 안들어 고생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어제 난 동네 근처 청량리 굴다리에서 극동마파트 뒤
이면도로 연결된 골목길을 운전해 나오다가 노인네
한분이 힘들게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걸 기다렸다가
이면도로로 진입하다보니 바닥에 온통 유리병파편
으로 어질러 져 있었다, 유리를 조심하며 차를
몰고 나오다 차선을 따라 차를 돌려 진행을 하는데
뒤어서 요란한 쌍크랙션이 계속 울려 대는 것이였다.
한가한 철도 뚝방길 이면도로라 차가 거의 안 다니는
한가한 길인데 달려 온던 택시가 나한테 빨리 가지
않는다고 위협을 한 것이였다.
나는 차를 차선에 그냥 세워놓고 택시기사한테 다가
갔다.
"뭐 하는거요?"
"운전 똑바로 해!"
"이양반, 지금 바닥에 유리조각 투성인데 피해서
진입하느라 그런것인데 잠시 기다리면 될것을...
크락션을 울려서 어쩌겠다는 거요?"
"운전 똑바로해. 이새끼야!"
"이새끼? 너 몇살이나 됐다고 초면에 이새끼야!"
삼십대 중반이나 됐을까 한 택시기사와 한바탕 싱갱이
하고 옆에 있던 마누라는 똑같은 사람 된다고 말리고.
다시 차에 올라 운전대에 앉아서도 분이 안풀렸는데
그기사는 또 앞으로 추월 내 차를 막고 약을 올리고..
서로 잘 났다고 손가락질 하고 욕질하다가 자기 갈
길로 헤어졌다.
일요일 기분 잡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와 소주 한컵
마시고도 분이 안 풀려 식식거리다 하루를 보냈다.
나이가 들어도 운전하다 보면, 뒤에서 비상등을 켜고
달려드는 사람, 크랙션을 울리면 위협하는 사람,
옆으로 지나며 안 비켜 줬다고 뭐라고 하며 지나가는
사람,담배꽁초를 창문밖으로 휙 던져 버리는 사람들..
이럴땐 난 달리던 차를 그자리에 급브레이크라도 밟고
싶은 충동이 드니 이 무슨 망칙한 생각이란 말인가?
더군다나 택시 운전기사들의 무법운전을 보느라면
더욱 참지를 못하겠으니 말이다.
운전으로 직업을 삼은 그들이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직업인의 긍지를 갖고 운전을 하지는 못할 망정
법규위반, 바가지요금, 합승을 당연한 듯 밥먹듯하며
손님을 돈버는 도구로 밖에 생각하지 않으니 말이다.
차에 올라도 인사하는 기사 보기 힘들고, 외국어 몇
마디 못하며 외국 관광객들에게 바가지 요금이나
씌우며 나라 망신시키고...

세상은 내 잘난 멋에 산다고 하지만.
무례하기 그지없는 사람들.
배움없이도 큰소리 칠 수 있는 나라.
남에게 배려할 줄 모르는 풍토.
허세와 허영, 위선에 익숙한 사회.
그리고 큰소리 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
아이같은 어른들이 넘치는 세상.
그리고 나이들어도 철들지 못하는 내가 살아가야 하는
오늘...

나는 오늘 文化國民 失踪申告를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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