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칠성판 위의 청개구리

tycoons 2007. 3. 11. 11:01

중환자실에서 쓰는 약이 독해서 인지 약을 먹으면 식사하기도 힘들고

병든 닭처럼 온 몸이 쳐지고, 술에 취한 듯 몽롱하다. 나는 더군다나

뇌를 수술한 까닭에 머리가 뽀개지는 듯 한 통증이 계속되고 있었다.

비몽사몽간에  누가 팔을 바늘로 쿡쿡 찌르는 아픔을 느껴 눈을 떠보면

채혈하러 온 인턴이다. 핏줄을 못찾아 주사 바늘을 찔렀다 다시 빼서

찌르고 하는 것이였다. 참다 못해 다른 사람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고

다시 온  인턴도 서너번을 찔렀지만 그도 혈관을 찾지 못하곤 했다.

하루에 4번을 채혈하여 피검사를 하는데 채혈할 때면 하루 수십번씩

내 팔뚝이 수난을 당하는 이런 고통이 며칠을 계속하다 보니 짜증이 났다. 

하루는 여의사가 와서 채혈을 못해 쩔쩔 매길래 다른 분을 보내라고

했더니 남자 인턴이 다시 왔다. 구상○ 이란 이름이 인턴인데 눈이

나뿐지 몇 번을 찌르고 눈을 내 팔뚝에 바짝 대고 쩔쩔 매고 있었다.

"뭐 하는 겁니까?"

"바늘과 주사기가 빠져 버렸습니다."

"정말 열 받게 만드시네. 간호사를 불러 주세요."라고 말하자

"죄송합니다. 간호사 선생님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황급히 병실을 떠나던 모습에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음부터는  아예 인턴이 들어 오면 단번에 채혈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채혈을 하던가 아예 채혈을 간호사를 불러 달라고 해서 채혈하기도 했다.

인턴들도 자존심이 상했는지 한 번 왔던 인턴은 다음부터 나의 병실에

채혈하러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지 새로운 얼굴의 인턴이 오곤 했다. 

한 번에 채혈한 인턴은 이상○이란 여자 인턴 한 사람 밖에 만나지 못했다. 

 한 두 번 실수해서 채혈을 해 가더라도, 바로 피가 부족하다며, 혹은 검사

결과가 이상하다며 다시 추가로 채혈을 해가곤 하였다.

아무리 갖 졸업을 하고 인턴으로 연수를 받는 입장이라는 걸 이해하려

하지만 환자 채혈을 하기 위해 7~8번씩 환자의 핏줄을 찾기 위해

고통을 준다는 것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일반 병실도 아니고 육체나 정신이나 무기력한 환자를 상대로

채혈 실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괜히 열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중환자실의 보름 동안 나에게 가장 고통을 준 것은 바로 채혈하러 오는

인턴을 만날 때였다. 그들도 그런 실수속에서 레지던트도 되고, 대학교수로

성장하겠지만 환자 입장에선 참으로 불운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어린 시절 아이들이 개구리를 잡아 나무판에서 수술한다고 뱃가죽을

째고 장난 삼아 수술 놀이를 하던 생각을 하곤 나도 꼭 그런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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