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그제 집안의 조카가 장가를 들었다.
몇 년전 조카의 어머니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 또한 작년에 급환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바람에 졸지에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20대 중반의 청년이다
부모가 안계신데 혼사를 치르는 것이 걱정이 되어 모든 일을
제쳐놓고 청량리 근처의 예식장으로 달려갔다.
200석 남짓한 예식홀은 가까운 지인, 친구들로 가까스로 채울 수
있었지만 하객들의 축복속에 검소하게 예식을 치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부모가 안계신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신랑, 신부가 함께 손을 잡고
입장을 하고, 친구들의 어설픈 축가 대신 신랑이 신세대다운
경쾌한 노래로 신부에게 뜨거운 사랑을 보내고, 신부는 행복한
모습으로 신랑을 지켜보며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부모의 사회적 성공이나 경제적 여유의 잣대가 되다시피 된
예식 문화와, 이벤트화된 예식 진행이 유행을 타고 있는 요즈음,
사회초년병으로 간소한 혼례를 통해 부부의 인연을 맺고,
이제 막 신혼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어린 조카를 바라보며
그의 밝은 표정에서 분명 그에게는 멋진 장미빛 미래가
펼쳐지리란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스스로 노력하며 하나 하나 성취해 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조급해 하며 서둘지 말고, 황소 걸음 걷듯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 갈 것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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