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인도네시아의 한 리조트에 묵은 적이 있었다.
그화장실의 양변기 깔판이 금이 가 있어 무심코 뒤집어
보니 뒷면에 지지대를 대서 수리해 놓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돈 만원 정도면 쉽게 교체할 수 있을 법한
소모품을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휴양지 리조트에서 수리를
해서 고객을 맞는 그들의 절약정신이 놀랍기만 하다.
조금만 망가지거나, 유행이 지나면 미련없이 버려버리는
우리들과는 판연히 다른 모습이다.
외관상 조금 어색해도 사용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그 곳 사람들의 실용주의 사고의 산물일 것이다.
불과 몇 십년전의 우리의 현실이 저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생각을 하며 지금 우리가 얼마나 풍요롭고
여유롭게 살고 있는가를 확인하게 된다.
젊은이들이 샤용하는 수십만원짜리 휴대전화는 2년도 안돼
유행에 뒤쳐저 폐기처분되고, 월급보다도 비싼 명품 옷,
장신구를 아무 스스럼 없이 장만하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말이다.
자신이 열심히 벌어 즐겁게 살고 마음껏 소비하는 행태를
탓할 수 없겠지만 가끔은 분수를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멀쩡한 데도 버려지는 수많은 전자제품, 의류 등 생활용품
쓰레기들은 바로 풍요의 산물일 것이다.
요즈음 설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모 백화점의 안내책자에는
수천만원 짜리 상품권, 2천만원짜리 포도주, 수십만원짜리
멸치세트 같이 상식을 비웃는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참으로 풍요로운 세상이다.
명품으로 치장하고 한 껏 멋을 낸 우리의 젊은이들의 모습과
빛바랜 티셔츠 차림으로 근무하던 동남아 리조트의 젊은
직원들의 모습이 오버랩 됨은 나 또한 그 위선자의 한계를
넘지 못하였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투숙객을 받는 유명한 리조트에서 변기의 소모품
하나도 알뜰하게 수리해 사용하는 동남아 사람들의 절약 정신은
내게 분명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