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였던가?
세배를 받는 입장이 되고 세뱃돈을 준비하기 시작했던 때가.
은행에서 빳빳한 신권으로 찾아 봉투에 담아 부모님께도 드리고
아이들 세뱃돈으로도 나눠주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젠 자식들한테서 가끔 용돈을 받아서 쓰는 입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세배를 받으면 세뱃돈과 함께 덕담을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제 나는 세뱃돈을 받고 황홀한 감격을 맛보았다.
고교동창들의 새해 맞이 모임에 학창 시절 은사님을 모시고
저녁을 함께 하였다.
식사전에 먼저 은사님께 세배를 올렸고, 은사님께서는 덕담과
함께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술이 몇 순배 돌고 난 후
은사님께서는 직접 일어나시어 20명 가까운 제자들에게
세뱃돈을 1000원씩 모두에게 나누어 주셨다.
古稀의 노은사님께서 耳順의 제자들에게 나눠주신 세뱃돈의
교감이 형언할 수 없는 기쁨으로 가슴에 와 닿았다.
그렇다.
세뱃돈이 아이들에겐 모처럼의 용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 내가 받은1000원의 세뱃돈의 의미는 다르다.
제자들에 대한 끝없는 믿음과 사랑, 그리고 축복을 비는
노스승의 깊은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오신 은사님을 뵈면
무한한 존경심이 우러 나오는 것은 훌륭한 인품 때문이지만
단돈 1000원의 세뱃돈으로 제자들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열린 마음, 너그러움, 배려하는 마음이 제자들을 감동하게
하는 것 때문이 아닐까?
나는 모처럼 받은 1000원의 세뱃돈을 지갑 깊숙히 간직하며
은사님의 깊은 가르침을 오랫동안 기억하려 한다.
존경하는 은사님 !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