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천사를 위한 변명

tycoons 2011. 3. 27. 14:56

30대 중반에  이미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인생의 정점에 섰던  여인이였다.

대학에도 출강하고, 유명 미술관의 자문위원, 큐레이터 등으로도 활동했고

2007년엔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그 당시  광주 비엔날레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캔사스주립대학에서 1994년

사양화와 판화 전공으로 학사학위(BFA), 1995년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고 2005년엔 예일대에서 미술사 전공으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고

기록했던 사람이다.

 

최근 그녀가 썼다는 '4001' 이란 제목의  자전적 에세이집이 화제인 모양이다.

2007년 가짜 학위 논란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녀가 유죄판결을 받고

1년 6개월의 수형생활 동안 뼈저린 반성을 하며  참회와 용서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 썼다는 책이다.

그러나 그녀의 글에선  어디에서도 반성과  참회, 용서를 구하는 흔적들을

발견하기가 힘들다. 전반부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써 내려간 그의 글에선

그가 받았다는  박사학위에 대한 강변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처럼 성실하게 공부하고 혼자 힘으로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몇 년간 학비를 내고, 레포트도 성실히 제출했으며,

논문 통과는 물론이요, 지도교수와 대학원 부원장을 포함한 3명의 예일대

교수들 앞에서 논문 디펜스까지 치른 후 박사학위가 수여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녀의 글을 조금 더 읽다보면  결국 그녀의 박사학위에는

학위 브로커와 예일대 교수간의  배후 커넥션이 있는 듯 하고   자신은  

결코 박사학위를 위조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브로커를 통해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행위가  결코

 정당한 방법이  아니였다는 사실를  간과하고 있음을 본다. 

 그녀 말대로 성실히 공부하고 자력으로 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는 수많은

학위 소지자들을 무시하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의 글은 그 대목에서 이미 설득력을 잃어 버리고 더 이상 읽을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그녀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썼을 다른 이야기들도 자신을 위한 변명으로

일관되었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한 때 남다른 감정으로 대했을 법한 상대남을  똥아저씨라고 저속한

별명을 써서 표현하고 전직 대학총장을 거론하며 유아독존을 외치는 모습이

참으로 경박해 보인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가  아주 기본적인 삶의 철학을 갖고 살아간다. 

그 기본엔 상식이란 최소한의 가치 기준을 바닥에 깔고 있다.

그녀가 지금까지 살며 갖고 있는 삶의 철학이란  어떤 것이 였을까?

나 자신의 망가진 삶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타인이나 사회의 시스템으로

돌리며 자신을 항변하는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염치가 없는 듯 하다.

 

그녀가 책에서 밝혔듯이  아무런 심각성도 없이 그져 편하게 세상을 살려고

한 것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진심으로 느끼기 바란다.

아직은 조금 더 침묵하며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녀가 책의 제목으로 삼았다는 수인번호' 4001' 에 한을 품기 보다는

뒤바뀐 숫자  1004 (천사)에서 또 다른 변화를 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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