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주말 저녁때 일이다.
멀리서 보행신호가 바뀌는 걸 보고 빨리 건너가겠다고 앞만 보고 뛰다가
보도블럭 돌출부에 걸려서 냅다 인도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앞으로 넘어지며 충격을 줄이겠다고 몸을 한바퀴 구르긴 했는데 왼쪽 무릎이
깨지고 오른쪽 고관절쪽으로 충격을 받았다.
통증으로 몸을 꼼짝할 수 없어서 차도 난간대를 붙잡고 5분여를 보냈다.
간신히 몸을 추스리고 기다시피해서 200미터 정도 거리인 집에까지 올 수
있었다. 하루 밤 지나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날을 보냈다.
일요일 아침엔 다리가 굽혀지지도 않는다.
그날은 사람 만나는 약속이 있었고, 월요일엔 골프약속이 있고 저녁엔
휴가 출발 일정이 잡혀 있는데 걱정이 앞섰다.
뼈에라도 이상이 있으면 문제가 될 까 싶어서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서 검사를 신청했다. 엑스레이 촬영을 해 보니 뼈는 이상이 없다고 해서
진통제 주사 처방을 요청하고 사흘치 약 처방을 받아 돌아왔다.
모임과 약속을 취소하고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하기로 했다.
아내와 함께 가는 일정이라 도움을 받기로 하고 휴가를 출발했다.
밤 비행기에 불편한 좌석에 밤새 시달리며 공항에 도착해서 숙소까지
다시 4시간을 이동하니 새벽 다섯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샤워하면서 보니 오른쪽 다리가 말이 아니였다.
근육 및 혈관 파열 때문인지 허벅지부터 아래 종아리까지 시커멓게
피멍이 들어서 흉칙하기 이를데 없었다.
다리도 굽혀지지 않고 통증도 심하고 해서 묵고 있는 리조트의 출장마사지
티켓을 여러장 구입해서 매일 마사지를 하기로 했다.
매일 저녁 전신 마사지를 하면서 몸 컨디션이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스스로
자활 노력을 했지만 몸은 불편하고 체력은 소모돼서 일정 소화가 어려웠다.
그렇게 힘든 휴가를 마치고 다시 집에 돌아온 것은 다치고 나서 꼭 열흘이
지나서였다. 허벅지 통증은 가시지 않고 걸음걸이는 균형을 잡을 수
없었으나 마침내 서서히 멍 자국이 걷히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꼭 2주가 지났는데도 다리를 굽히고 펴고 걷는데 불편하다.
더 큰 사고를 당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고 있지만 자신이 참 한심스럽다.
2~3분 정도의 신호 텀을 못기다리고 뛰다가 대형 사고를 당할 뻔 했으니 말이다.
이제 몸은 점점 유연성이 떨어지고 관절이나 근육이 퇴화하는 나이인데도 마음은
항상 젊은 날의 환상에 사로잡혀서 몸을 혹사하는 나에게 어떤 의미로 커더란
경종을 울린 계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조금 여유를 갖고 느림의 미학을 받아들였다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았으리라.
젊음이란 인생의 절정의 체력을 발휘하는 한 분기점인 것을 나는 아직도 순리로
받아들이지 못했단 말인가?
우리 주변에 흔히 일어나는 교통사고나 안전사고도 비슷할 것이다.
조금 서두르다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고 장애를 입기도 한다.
하찮은 욕심을 줄이고 조금 느리게 사는 여유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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